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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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에 반도체주 급락… 코스피 내리막 가나

지난주 7조6915억원어치 팔아
주식시장 하락세 진입 우려 고조

전문가들 “플랫폼 기업 등 건재
신규 대어급 상장도 큰 버팀목
전체 증시 영향 그리 크지 않을 듯”

지난 한 주간(8월 9~13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 폭탄을 던지면서 코스피가 두 달 반 만에 32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시장 시가 총액 1, 2위이자 반도체주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대폭 빠지면서 주식시장 전체가 내리막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나 해당 기업들의 펀더멘털 자체가 흔들린 하락장이 아니기에 곧 재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시장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7조1336억원어치다. 이는 지난 7월 한 달간의 순매도 규모인 5조761억원보다 2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그중 삼성전자(5조6738억원)와 SK하이닉스(2조177억원)의 주식만 무려 7조6915억원어치를 시장에 내던졌다. 매도 폭탄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8만1500원에서 7만4400원으로 주가가 8.7%가 빠졌고, SK하이닉스는 11만8000원에서 10만1500원까지 떨어지며 13.98%나 주가가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면서 삼성전자 전체 주식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지분율도 2년8개월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장 개시 시점 외국인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수는 31억4331만주로, 전체 대비 52.65%다. 이는 2018년 12월 11일 51.8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 비중이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43%로 23개월 만에 20% 아래로 떨어졌다.

 

한때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10%까지 달하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체 주식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약진과 배터리, 자동차 업종의 몸집도 크게 불어난 데다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등장해 신규 상장 종목들의 시총만 해도 200조원 가까이 증가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증시의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시장에서는 향후 변동성을 줄이고 특정한 업종이나 종목의 영향력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물 가격 하락, 재고 증가, 메모리 가격 하락 전환 등의 우려는 과거 사이클과 비교할 때 다른 측면이 많아 다소 과도한 우려”라고 분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감 지속, 중국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 등 신용 창출을 통한 제조업 경기 회복 노력이 가시화될 때 반도체 등 대형주 회복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