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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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입법 예고 23일 종료… 신경전 치열

勞 “과로사 포함을” 使 “과잉처벌 우려”
직업성 질병 범위 놓고 논란 지속
경영책임자 범위·책임 의견 분분

정부, 이번주 간담회서 입장 경청
與, 노사 불만 커지자 보완 입법
일각서 ‘졸속입법’ 방증 지적 나와
게티이미지뱅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입법 예고가 오는 23일 종료된다. 정부는 이번주 중 정부세종청사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처벌을 강화해 끊이지 않는 산업현장 사망사고를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당국은 노사 의견을 법제처 심사를 비롯한 입법 과정에서부터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시행령은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시행령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달부터 입법 예고된 현재까지 양측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는 최근에도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앞다퉈 여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법 취지 무력화” vs “과잉처벌 우려”

노사 간 쟁점에서 가장 뜨거운 것은 직업성 질병에 대한 범위 논란이다. 시행령에선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으로 급성중독 등 24개 항목을 규정했다. 다만 과로사의 주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 등은 제외했다. 노동계에선 “산업 현장에 만연한 과로를 방치해 법 취지가 무력화됐다”고 비판한다. 이에 반해 경영계에선 직업성 질병의 목록만 제시했을 뿐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즉,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돼 ‘과잉처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영계는 시행령이 경영책임자의 정의를 구체화하지 않아 중대재해법상 의무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과)는 “기업이 준법 의지를 가져도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규정이 수두룩하다”고 일갈했다.

규정이 모호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로 한정한 것을 문제 삼는다. 예컨대 기업이 민간 위탁 방식으로 안전보건담당자만 채용하고 그 밖의 예방조치를 등한시할 경우 재해에 대한 ‘예방의무’에서 빠진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교육을 20시간 범위에서 이수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거리다. 노동계는 적은 이수시간과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는 반면 경영계는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에 한해 교육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완 나서자…“졸속입법 인정했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사 양측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중대재해법 시행령 보완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는 9일 국회 토론회를 열어 경영책임자 의무와 직업성 질환 범위 등을 논의했다. 박주민 의원은 “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부족한 점이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수진 의원은 “직업성 질환을 24가지로 한정한 것은 최근의 산업재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관련 보완 입법 발의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지난 5월 중대재해법 벌금 하한선을 두는 것이 골자인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키우자는 취지다. 중대재해 법률안을 통과시킨 뒤 다시 보완에 나서는 것을 두고선 ‘졸속입법’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대재해법 제정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고 촌평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