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유행이 정점을 모르고 기세를 떨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에게 일상생활의 자제를 촉구하고 있으나 현재의 방역정책만으로는 상승세를 꺾기에 역부족이다.
이번 4차 유행은 정부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먼저, 6월 중순 백신 1차 접종 25% 목표를 조기 달성하면서 자만심에 빠져 지나친 규제 완화책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실패의 교훈을 망각한 채 이번에도 어김없이 소비 진작책을 쏟아냈고, 백신 접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정부를 믿고 마치 대유행이 곧 끝날 듯한 착각에 빠져 경각심을 잃게 됐다. 하지만 그 무렵 일일 확진자 그래프는 이전의 답보상태를 벗어나 우상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6월 23일부터 예전과 다른 증가세를 보였으나 정부 내부의 ‘경보음’마저 무시당했다. 수도권 4단계 격상은 이로부터 20일이 지난 7월 12일부터 적용됐다.
다음으로, 델타변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했다. 질병관리청은 확진자의 10~15%를 대상으로 델타변이 검사를 해왔으나, 검사에 그쳤을 뿐 이에 따른 현장 대응이 없었다. 6월 초에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매주 10%포인트 상승하는 델타의 가공할 위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내 델타 검출 지역의 역학조사 강화, 백신 우선 접종, 검역 강화 등 정부가 할 수 있던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결과 4차 유행을 델타가 주도하게 됐다.
이어, 현재 수도권에서 한 달 넘게 시행 중인 4단계는 효과가 없는데, 이는 처음부터 거리두기 단계 설계가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 굵고 짧게 가려면 누가 봐도 긴장감이 드는 내용이 담겨 있어야 했다. 현행 4단계는 3인 이상 집합금지를 제외하면 지난 3차 유행 때의 2.5단계와 비교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확진자가 증가 일로에 있음에도 정부는 4단계를 고집하며 방치하고 있다.
그러면 4차 유행을 어떻게 종식시킬 수 있을까. 정부는 상황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 국가의 최우선 책무는 국민 생명 보호이다.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인명 희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은 없다. 백신 확보를 못해 4차 유행을 겪고 있고, 때를 놓쳤으니 거리두기 강화 외에는 대책이 없다. 실기한 백신 정책에 대해 회한이 남는 이유이다. 혹자는 환자 숫자 발표를 중단하고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자고 한다. 언젠가는 그날이 올 것이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델타로 인한 위중증 이환율 3.07%, 치명률 0.26%이며 백신 접종이 부진하므로 당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환자 세기를 중단하면 아울러 방역단계도 낮출 것이니 일일 확진자는 최소 2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을 넘을 것이다. 3000명 발생을 가정하면 하루 위중증 환자는 90명 발생하고 8명이 생명을 잃게 된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다고 해도 4차 유행의 기세를 가라앉히려면 앞으로 1~2개월은 필요하다. 그 사이 발생하는 중환자와 사망자들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료시스템은 견뎌낼까. 코로나환자 진료로 인해 다른 환자의 피해는 불가피하며 이는 초과 사망으로 귀결된다. 급성 악화로 내원한 만성질환자, 응급을 요하는 심뇌혈관 질환자의 피해는 명약관화이다. 방역을 완화하고 환자 세기를 중단하면 발열과 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발생해 큰 혼란이 올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혼란 중에 경제가 살아나기는 불가능하다.
당분간은 방역을 강화하는 것만이 경제회복을 앞당기고 소중한 국민 생명을 하나라도 더 구하는 길이다. 정책 전환은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완료한 후에 시도해야 하나, 델타로 인해 그마저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궁극적으로는 치명률이 신종플루 치명률 0.032% 수준인 0.05% 이하로 떨어지고, 경구 치료제가 개발이 될 때까지는 거리두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현행 4단계에 추가할 수 있는 방역강화 조치로는 사회 필수기관을 제외한 시설의 운영시간 단축, 재택근무 강화, 심야시간대(0시∼4시) 통금, 각 지자체의 관할지역 점검과 관리 강화 등을 제안한다. 단 운영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에 대한 보상을 적절히 해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모두가 동참하는 정책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