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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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속 아비규환… 탈출인파 몰린 아프간 카불 공항서 최소 5명 사망

AFP “인파 활주로 장악해 공항 마비…미군 경고사격”
아프간 공항당국 “모든 민항기 운항 중단” 발표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이 출국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카불 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탈출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혼란 속에 최소 5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에서 최소 5명이 숨졌는데 미군 발포 때문인지 (인파에) 깔려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목격자 증언을 보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며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보안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발포로 공항에서 아프간인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탈출을 위한 인파가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렸고, 비행기 탑승을 요구하는 인파가 활주로를 장악하면서 공항 운영이 마비됐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은 미군이 이들을 활주로에서 쫓아내기 위해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예상 밖 빠른 속도로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 카불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 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1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인파가 모여든 모습. 카불 AFP=연합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군이 카불 공항에서 질서 유지를 하려고 발포하는 바람에 민간인이 죽었다”는 글과 함께 여성을 포함한 여러 명이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이 활주로를 장악하고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모습, 어떻게든 여객기에 타려고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절박한 모습도 목격됐다.

 

‘탕, 탕’하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는 가운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트위터 등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게시물 작성자는 “시민들이 패닉(공포)에 빠져 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미군이 총을 발사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프다”라고 적었다.

 

탈출하려는 인파로 도저히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아울러 아프간 공항 당국은 카불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고,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등 여러 외항사는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카불 AP=연합뉴스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 탈레반이 통치하던 5년간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 적용을 경험했던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탈출 인파로 공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며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