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 건강 상태를 체크하라고 만든 자가진단 앱이 2학기 개학 첫날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먹통’ 사태를 일으켰다. 자가진단은 개학에 맞춰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권고한 사항이다. 하지만 정작 앱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아 학부모, 학생들이 장시간 재접속을 시도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더군다나 이 앱은 1학기 개학 첫날인 지난 3월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 교육부는 재발 방지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유·초·중·고 2만512개교 중 21.3%인 4378개교가 2학기를 시작했다. 등교 수업한 학교는 3941개교로 전국 학교의 19.2%였으며, 전면 원격수업한 학교는 437개교(2.1%)에 그쳤다.
특히 등교한 학생 상당수는 ‘학생 건강 상태 자가 진단 앱’을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진단 앱의 로그인 화면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려고 화면을 터치했으나 키보드가 뜨지 않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서울 지역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로그인을 1시간 넘게 시도했으나 접속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학교에서는 자가진단 앱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공지를 학부모들에게 뒤늦게 발송하기도 했다.
자가진단 서비스와 관련한 오류는 빈번하게 발생해 등교를 시작한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3월 2일 1학기 개학 첫날에도 일부 학교에서 자가진단 앱이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해킹 사고로 푸시알림이 무작위로 발송되는 일이 일어났다. 자가진단 앱에는 개발비 4억500만원, 인프라 운영비 35억원 등 약 4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혈세낭비’ 논란까지 불거지는 판이다.
이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다수 학교가 2학기 등교에 나선 가운데 감염세가 꺾이지 않은 지역사회에선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부산 지역의 한 고2 학생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데 등교수업이 이뤄져 불안하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건물 내 동선이 복잡한 과대 학교와 과밀학급은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감염병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인천지역 초·중·고교 중에서는 40여곳이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인천 서구 원당초의 경우 지난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원격수업 전환’ 요청이 많자 자율적으로 전 학년에 대해 원격수업을 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개학 전 전 교직원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권고했다. 아울러 학교 내 학생 과밀을 낮추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28명 이상인 117개 학교에 학급 181개를 증설했다.
4단계에서 전면 등교를 안 하면 자녀들이 학원 등 외부에서 감염될 우려가 높아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는 학교에서의 등교 수업을 반기는 기류도 있다. 대전교육청 교육정책과 김시명 장학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 개학 전까지 2학기 학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