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불 사태를 초래한 모바일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지난달 ‘혁신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미등록 업체로 지목한 회사가 다른 정부부처로부터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준 셈이다.
17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머지플러스는 지난달 7일 벤처기업협회로부터 혁신성장형 벤처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특정 요건을 갖춘 벤처기업을 지정해 우대하는 정책이다. 과거엔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기업을 지정했으나 올해 2월부터는 민간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됐다. 벤처기업확인기관으로 선정된 벤처기업협회가 이를 담당한다.
벤처기업으로 확인되면 △5년간 법인세·소득세 50% 감면 △취득세 75% 감면 △3년간 재산세 면제 등 세제뿐 아니라 금융·인수합병(M&A)·광고비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기업 수는 3만9511개에 달한다.
머지플러스가 발급받은 ‘혁신성장형’ 또한 개편을 통해 새로 추가된 유형이다. 중기부령으로 정한 ‘벤처기업확인요령’은 혁신성장형을 “벤처기업확인기관으로부터 기술의 혁신성과 사업의 성장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머지플러스 사업모델에 혁신성과 성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반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정 기간 누적 손실을 감수하고 이용자를 확보한 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을 고려해도 혁신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자본금은 약 30억원에 불과한데 1000억원에 달하는 포인트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의 취약성도 드러난다.
전자상거래 전문가 권혁중 경제평론가는 “머지플러스가 주장하는 사업모델은 고객 데이터를 끌어들인 뒤 다른 대기업에 데이터를 중개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추정된다”며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이 흔히 쓰는 방식으로 특별히 혁신적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확실한 자금줄이 있었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었던 쿠팡과 달리, 머지플러스의 경우 ‘의도된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가 항목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확인요령에 명시된 평가표의 경우(창업 3년 미만 서비스업 기업 기준) 총 10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는 △기업가 정신 △경영주 기술지식과 경험 △사업성장 노력 등 기준이 모호한 항목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재무정보와 투자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도 문제다. 관련 법령은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에 벤처확인종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달리 머지플러스의 재무정보는 해당 시스템에 누락돼 있다. 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 확인 신청을 받을 당시엔 머지플러스로부터 재무제표를 제출받았다”며 “시스템과 연동된 민간 신용평가사에 업체 재무정보가 빠져 있어 평가사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를 수사기관에 공식 통보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자료를 내더라도 금감원이 이행을 강제할 강제력이 없기에 수사기관에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