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프간 철군 상황을 두고서 바이든 대통령 책임론이 들끓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6일(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46%로 지난 1월 취임 후 실시된 주간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보다 사흘 앞선 13일 조사에서 지지율 53%를 기록했는데 아프간 사태를 거치며 7%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아프간 철군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3∼16일 유권자 1999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수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같은 조사에서 미군 철수를 지지한다는 응답 69%보다 무려 20%포인트가 빠졌다. 반면 철군 결정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37%로, 지난 4월 조사 때의 16%보다 21%포인트 증가했다.
철군 시점이나 방식, 결과는 물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까지 ‘아프간 지도부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불거지며 여론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판을 꼬집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기관들이 지난달부터 아프간 정부가 수도 카불에서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등 비관적 내용을 보고했지만, 바이든 정부는 철군 일정을 고수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공격을 막을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카불이 함락되는 것은 물론 아프간 정부군이 무너질 위험성도 높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주요 공항의 안전 확보는 물론이고 탈레반의 최종 공격에 대처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다.
일단 미 의회는 아프간 철군에 대한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가 공개되면 바이든 대통령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백악관은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민간인 대피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 국방부가 탈레반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소개하며 “카불 공항까지 민간인의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탈레반이 알려왔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화 통화에서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고, 다음 주 G7(주요 7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온라인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