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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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유럽 미군 감축 없다”… 동맹국 불안 진화

바이든 ‘국익 우선주의’에 불신 확산
“아프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선긋기
美의회 ‘아프간 철군’ 고강도 국조 예고
아프간 여성들 “일하고 교육받고 싶다”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이 탈레반에 여권 보장을 요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일하고, 교육을 받고,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고 외쳤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여성들이 시위에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샴샤드 뉴스 제공, 카불=로이터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나 유럽에 주둔한 미군을 감축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붕괴 이후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 ‘과연 미국을 믿을 수 있느냐’는 불신이 확산하자 서둘러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프간 사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서 미군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한국도 포함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그가 반복적으로 말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향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아프간 국민이나 중국의 침략에 미국이 그들을 버릴까 두려워하는 대만 등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도 “대만과 이스라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동맹’보다 미국의 ‘국익’에 방점을 찍었고 이는 동맹국들의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위협을 받는 대만에선 ‘미군만 믿다가 탈레반에 무너진 아프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백악관의 다급한 진화는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리번 보좌관은 특히 한국을 지목해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아프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미 의회는 바이든 정부가 섣부른 철군으로 아프간을 사실상 포기한 것에 대해 고강도 국정조사를 예고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여당 민주당이 이끄는 상원의 3개 상임위원회가 미군 철수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철군 결정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상원 상임위원회는 정보위, 외교위, 군사위 세 곳이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의 정책·정보 실패의 끔찍한 결과를 지금 보고 있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왜 우리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잘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관해 어렵지만 필요한 질문을 하겠다”고 각각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