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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범죄 의심된다고 변호사 등록 지연… 대법 “불법행위” [뉴스 인사이드 - 변협, 변호사 등록 거부 제동]

기본권 제한… 법률유보원칙 위배
위자료·일실수입까지 배상 명령

변협, 전관예우·부조리 타파 명분
고위직 출신들 개업 제한 등 갑질

법조계, 대법 제동에 대체로 환영
“부적격자 검증… 정확한 잣대 필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자의적으로 거부하는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변협은 전관예우 근절과 부적절한 법조인의 변호사 활동 제한을 명목으로 주로 고위 법관 출신 등의 변호사 등록을 지난 몇 년 동안 거부해왔다. 때로는 개업 신고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사 등록거부 등 변협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결국 대법원이 정리해준 셈이다. 다만 부적절한 이유로 법원과 검찰에서 옷을 벗고 나온 법조인이 바로 변호사가 되거나, 전관예우로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건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등록거부’ 관행 제동 건 대법원

대법원은 지난 1월 변협의 자의적 ‘등록거부’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소송당사자 변호사 A씨는 2015년 공문서변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형을 받았다. 이에 변호사법 제5조 2호에 따라 2년간 변호사 등록이 금지됐고, A씨는 등록제한 기간이 지난 2017년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변협은 ‘다른 죄가 또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A씨를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변협은 A씨에게 당시 수사자료 등을 요구했고, 결국 변호사 재등록이 2개월가량 지연됐다. A씨는 변협의 자의적 등록거부 심사로 등록이 지체된 데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변협이 변호사법 제8조 1항의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확한 선을 그었다. 즉 “변호사법 등 법률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를 내세워 변호사등록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변호사법 제8조 제1항의 입법취지나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8조 1항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에 대해 변호사 등록거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 등록의 신청인이 어떤 범죄를 범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은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변협에게 위자료 300만원과, A씨가 2개월간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해 손해를 본 일실수입 1282만원까지 배상토록 했다. 변호사 등록업무를 자의적으로 지연·거부한 변협의 행동이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라고 인정한 것이다.

사진=뉴스1

◆2015년 차한성 대법관 변호사 개업신고 거부해 논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음란 행위’가 문제돼 검찰을 그만둔 김수청 전 제주지검장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사회적 지탄을 받을 행위를 했기 때문에 변호사 등록거부가 마땅하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직업의 자유까지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협이 가장 큰 논란을 산 건 2015년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한 것이다. 임기 만료로 퇴임한 차 전 대법관은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고 영남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석좌교수 퇴임을 앞두고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완료됐다. 그러나 변협은 “전관예우를 타파해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부득이 개업신고를 반려한다”면서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는 거부했다. 법무부가 “변협이 변호사 개업신고서를 반려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변협은 이듬해 같은 이유로 신영철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또다시 반려했다.

변협은 대법관 후보자가 임기를 마친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변협은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대법관 재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촉구한 데 이어 김재형·이기택·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등에게도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촉구했다. 실제 서약서를 쓴 사람은 조재연, 김선수 대법관이다. 대법관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 2017년에는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변호사 개업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법조계는 대법원 판결 대체로 환영

법조계에서는 그간 변협의 변호사 등록·개업신고 거부에 대해 찬반 의견이 교차했다. 전관예우를 막는 효율적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른 뚜렷한 생계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자의적 조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대체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기류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변호사 개업 신청자에 대해 변호사 등록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개업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변호사가 하나의 직업인 만큼 자의적인 변협의 변호사 등록거부는 헌법으로 보장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도 “대법원이 자의적인 변호사 등록거부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며 “이제 변호사 등록은 ‘법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법 개정을 추진해 변호사 등록심사 판단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변호사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자질을 엄격히 검증할 필요는 있다”며 “대한변협이 ‘멋대로’가 아닌 ‘규정대로’ 부적격한 변호사에 대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정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관변호사 수임 제한 최대 3년 연장 추진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의적으로 변호사 등록을 거부해온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전관예우 근절이다. 하지만 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다른 방안에 법조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는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제한 기간을 늘리는 방안 △대법관, 검사장 등 고위급 법관·검사의 변호사 등록 자체를 막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꼽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6월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변호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 대상자가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국가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검사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의 수임자료 제출기간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고검 부장검사, 지검 차장검사 등 취업심사 대상자들의 수임제한 기간은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

 

고위급 법관·검사들이 퇴임 후 아예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해 9월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 등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왜곡할 수 있는 전관예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기에 강력한 제재를 도입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크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전관예우를 연구했던 판사 출신의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해외의 전관예우 규제사례와 국내 규제방안 모색’ 보고서에서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최고위직 법관에는 전면적, 영구적인 변호사 개업 제한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며 “일반 법관들의 경우 개업을 허용하는 것 자체는 놔두되 소송대리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