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군기지를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지로 검토한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여야 정치권에서는 조건부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는 아프간 현지에서 국내 정부가 벌인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아프간인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송 대표는 “우리 정부가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과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이라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그렇고 나라마다 아프간 재건 과정에서 자국 프로젝트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각자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도 선진국이 된 만큼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또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참혹한 대량학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방위체제를 서둘러 점검해야 하며, 인도적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어도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불법체류자로 본국에 추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난민 수용에 대해 “경제적, 정치적 부담 등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생명과 인권이 위협당하는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먼저 문을 닫아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난민 수용의 모든 부담을 아프간 주변 국가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대신, 국제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방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나아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최소한 임산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만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사회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WSJ는 전날 “카타르·바레인·독일에 있는 미군기지 내 아프간 난민들이 넘쳐나고 있고 이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한국 등 미군기지에 이들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는 뉴저지주,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군기지들을 검토하고 있고 자국 외에서는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들이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