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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영업제한 때 매출 80% 줄어… 이제 더는 못 버텨” [밀착취재]

밤 9시 영업제한 첫 날

“2월 적용 당시 매출 80% 줄어”
“이제 더는 못 버텨… 폐업 고민”
각지서 상인들 벼랑 끝 하소연
백신 인센티브엔 “실효성 없어”

“집에서 못 모이고 식당선 되나”
모호한 방역 수칙에 불만 증폭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연장하고, 식당·카페 영업제한 시간을 오후 9시로 단축한 첫날인 2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중식당에 거리두기와 매장 이용에 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영업시간을 줄이는 대신 오후 6시 이후 백신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4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남정탁 기자

“오후 9시 제한은 저녁 장사하는 자영업자에게 치명타예요. 완전 죽을 지경이에요.”

 

서울 동작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백모(64)씨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날부터 적용된 영업시간 추가 단축 조치 때문이다.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지역인 수도권과 부산, 대전, 제주 등의 식당·카페는 영업 제한 시간이 기존 오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줄었다.

 

백씨는 “저녁 장사가 중요한 고깃집에서 마감시간을 당기는 건 안 그래도 줄어든 손님 발길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월 오후 9시 영업제한이 적용됐을 때 이전보다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백씨는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건 사실상 2차 손님을 받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제 정말 ‘저녁밥’ 손님만 받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저녁장사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조치가 이뤄지자 “더는 못 버티겠다”며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도 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월세, 수도세, 전기세 등 고정 지출액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에 버틸 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두기 조치 연장은 이제 가게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피해에 대한 어떤 조치도 없이, 살려고 발버둥치는 힘없는 자영업자만 계속해서 옥죄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2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정부가 ‘식당·카페 영업제한 시간 오후 9시’등 일부 내용을 개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날부터 2주 연장하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지역은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되고, 다만 식당·카페에는 ‘백신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돼 오후 6시 이후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4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백신 인센티브 대상 장소는 식당과 카페로 한정해 동거하지 않는 가족과의 모임은 집에서 가질 수 없다.

 

정부는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자영업 매출 감소를 고려해 백신접종 인센티브를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자영업자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가게를 찾는 주요 손님이 이제 1차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는 청장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 인센티브는 무의미하다”며 “오후 9시 제한으로 집합금지와도 같은 조치만 취해졌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사정이 열악해지기는 마찬가지다. 편의점 취식도 오후 9시 이후에는 금지됐다. 야외 테이블과 의자도 이용할 수 없다. 경기 부천시 상동의 한 편의점 주인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늦은 시간의 영업을 아예 접는 게 나을 판”이라며 “방역당국은 업종 특성도 고려하지 않고 야외테이블까지 접으라고 주문하는 등 소상공인을 볼모로 통제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식당 등에서는 백신접종 인센티브를 적용한 4인 모임이 가능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는 모이지 못하는 등 모호한 방역 수칙을 두고도 자영업자와 국민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부산 연제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손님이나 장사하는 사람 모두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주에 식당에 밥을 먹으러갔더니 ‘동거가족도 3명 이상이면 안 된다’고 해서 그런 줄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거리두기 지침이 계속 바뀌니 헷갈린다. 차라리 세게 몇 주간 하고 빨리 끝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가 한산하다. 뉴시스

직장인 박모(27)씨도 “가족이 집에서는 모이지 못하고 식당에서는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며 “식당에서 갖는 가족 모임이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높일 우려가 있어 보여 외식을 가져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