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 무산돼 전세계인들을 안타깝게 했던 아프가니스탄 장애인 여자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사진)가 패럴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5일 장애인 체육계와 태권도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다다디는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육상선수 호사인 라소울리(24)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관계자는 “이들은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 머물고 있으며 조만간 도쿄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크레이그 스펜스 IPC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와 관련한 질문에 “현재 많은 추측이 있는데, 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없다는 것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것이라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들은 안전한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쿠다다디는 이번 도쿄 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태권도에서 여자 49㎏급 K44등급에 출전하기로 돼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여성 패럴림픽 선수로 기록되는 영광스러운 도전이었지만 원치 않던 정세 급변화 속에 출전이 무산될 뻔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카불을 벗어나는 게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발이 묶인 쿠다다디는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요청한다”며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간청하기도 했다. 이에 IPC는 24일 열린 개회식 선수단 입장 행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선수 없이 입장토록 해 이런 요청에 간접적으로 화답했다. IPC는 이들이 도쿄 패럴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당 종목 국제경기연맹 및 관계 당국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쿠다다디가 실제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스펜스 대변인도 이들이 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해당 체급 첫 경기는 9월 2일 오전에 열리기에 경기에 나서려면 이보다 일찍 도쿄에 도착해야 한다.
쿠다다디, 패럴림픽 출전 길 열렸다
기사입력 2021-08-25 19:44:21
기사수정 2021-08-25 19:44:20
기사수정 2021-08-25 19:44:20
호주정부 도움 받아 카불 탈출
“유럽 머물다 조만간 도쿄 이동”
실제 경기에 나설지는 미지수
“유럽 머물다 조만간 도쿄 이동”
실제 경기에 나설지는 미지수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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