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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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주미얀마대사 임명… 사실상 군정 인정

보울스대사 군정에 신임장 제출 부임
유럽정가 “이해 못해”… 전례 강요 우려

영국이 미얀마 주재 대사를 새로 임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미얀마 군정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는 고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피트 보울스(사진) 주미얀마 영국 대사가 최근 민주 진영 국민통합정부(NUG)가 아닌 군정에 신임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대사직에 임명된 그는 이달 미얀마에 부임했다. 세계은행 등을 거쳐 2006년 외무부에 합류한 아시아 전문가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대사 지명자 신임장은 (두 국가 간) 암묵적인 상호 인정을 가져온다”며 “(미얀마 주재) 독일·덴마크·핀란드 등 다른 서방 대사관들은 외교 활동을 계속하면서도 군정을 상대하길 꺼려 대사 대리를 두기로 결정했다”고 영국의 독자 행보를 지적했다.

유럽 외교가에선 영국의 조치를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영국은 줄곧 쿠데타를 비난하며 군정에 압박을 가해왔다. 보울스 대사는 미얀마 반군부 민중 항쟁(8888 항쟁) 기념일인 지난 8일 트위터에 “우리는 미얀마인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미얀마 민주주의는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EU) 내부에선 미얀마 군정이 다른 나라들에 영국이 만든 전례를 따르라고 강요할 것을 우려한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세계의 이목이 아프가니스탄에 쏠린 사이에도 미얀마인들의 저항과 군정의 탄압은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는 시민 불복종운동에 참여 중인 공무원이 약 41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얀마 전체 공무원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미얀마에선 지난 14∼24일에만 최소 143명이 구금됐다. 올해 2월1일 쿠데타 이후 구금자 총 7470여명 중 5851명이 아직 구금돼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