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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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낮춰 독감처럼 관리… 성큼 다가온 ‘위드 코로나’ 시대 [심층기획]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의료인 한계
고강도 거리두기 등 봉쇄 방역서 선회
“1차 접종 90% 이상 완료돼야 검토”
산업계도 재택근무 생산성 향상 고심

“접종률 10월말까지 최대한 높일 것
확진·사망자 숫자 등 지표 종합 판단”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 등장 땐 가속
전세계 제약·바이오 업계 개발 총력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이 없는 터널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발견되면서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기능을 담은 백신의 효능이 무력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필두로 한 사회 각계에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동시에 기약없는 코로나 종식에 매달리는 대신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27일 관련 의료계 등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는 현재의 고강도 거리두기를 끝내고, 치명률이 낮아진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 등 다른 감염병처럼 관리하면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출구전략’을 의미한다. 다만, 위드 코로나 안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 등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서 방역체계 관련 질의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거나 보완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접종이 완료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제조건이 되는 예방접종률을 최대한 10월 말까지 끌어올리고, 방역 및 역학 의료 대응체계를 체계화하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해야 위드 코로나로 전환 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봉쇄 아닌 ‘관리’로… 방역 새 패러다임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가장 큰 목소리로 요구하는 이들은 소상공인과 의료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경제의 모세혈관격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확진자 치료를 전담하는 의료진이 전례없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지난 23일부터는 수도권 식당·카페의 영업제한시간이 오후 9시로 앞당겨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포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의료인력도 한계에 달했다. 지속적인 인력 확충 요청에도 필요한 수준만큼 인력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 예산 650조원 시대를 과감히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델타, 감마, 람다로 변이를 이어가는 바이러스는 근절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며 “바이러스 때문에 입는 피해보다 감염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튿날인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희망회복자금이 작지만 크게 타오를 희망의 불씨가 되려면 현재의 방역조치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최근 방역 당국도 이야기하고 있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확산한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화상회의 등 비대면 업무가 보편화하고 있으며 채용 등 인적관리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회사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치료제가 ‘게임 체인저’ 될 듯

위드 코로나를 위한 1차 관문은 백신 접종률이다. 정부는 전 국민의 70%가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시점부터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수학적으로 판단해볼 때 국민의 70% 정도가 (1차) 접종을 마치는 시점이 국내에서 사람 간 전파가 조금 줄고 환자가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는 하나의 기전이 마련되는 때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단장은 “접종률 외에도 중증화율과 확진자 숫자, 사망자 숫자, 사회적 부담 등을 포함한 지표를 마련해서 판단할 예정”이라며 “관련 계획은 9월과 10월에 투명하게 논의해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를 잡은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가 나올 경우 위드 코로나가 자리 잡기 쉬워질 전망이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는 백신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중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고위험군 경증 환자와 중등증 환자 치료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 3상을 바탕으로 지난 10일 ‘조건부’를 없애기 위한 허가변경을 신청했고 식약처는 심사에 착수했다.

현재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은 셀트리온과 종근당, 대웅제약, 제넥신, 동화약품, 이뮨메드, 녹십자웰빙, 신풍제약, 부광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뉴젠테라퓨틱스, 크리스탈지노믹스, 엔지켐생명과학, 텔콘RF제약 등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정식 품목허가 전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종근당과 대웅제약이다. 신풍제약도 27일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제약업계는 비용 때문에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을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손실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제약주권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백신, 치료제 등을 개발한 제약업체에 정부가 손실을 보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