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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전 국회의장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는 교각살우… 사회적 숙의 거쳐야” [세상을 보는 창]

가짜뉴스 응징과 피해보상에는 공감
언론견제 필요하다고 죽여서는 안 돼
절차적 정당성 결여… 일방처리 말아야
여권 개혁작업에만 몰입하다 무리수
언론서도 독립성 빼앗기면 책임 방기

文대통령, 임기 말에 무리하기 보다는
코로나·부동산 문제 해결에 전력해야
차기 대통령 덕목 국민통합·경영능력
임기 못 채운 윤석열·최재형 명분 약해
기본 도덕 못 갖춰 대통령 될 자격 없어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의 인터뷰는 정국 최대 현안인 언론중재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는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마누라가 모범답안이라고 건네줬다”며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인터뷰가 실린 신문 기사를 들어 보였다. 유 전 총장은 얼마 전 여권의 언론중재법 강행시도를 ‘자충수’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문 전 의장은 인터뷰 초반 많은 시간을 할애해 언론중재법 강행처리를 ‘교각살우’라고 비판했다. 평생 민주당을 지켜 온 76세 노정객은 문재인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누워서 침 뱉기”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문재인정부의 공과에 대해 “건건이 잘못했다”면서도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기원했다. 6선 의원을 지낸 그는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매료돼 정계에 입문했다.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며 민주당 계열의 세 정부에서 내리 중용됐다. 김대중 대통령 때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 대표, 문 대통령 때 국회의장을 지내고 지난해 5월 퇴임과 함께 정계에서 은퇴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한 사무실에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됐고, 31일 오후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여야의 언론중재법 타결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잘된 일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하면 국민도 반대 안 할 것이다. 이번 달에는 합의가 될 것으로 본다. 만약 합의가 안되면 시간을 더 벌더라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민주주의 요체는 비판의 자유다. 인간의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한 게 반대할 수 있는 자유다. 그걸 건드리는 것은 내 소신에 맞지 않는다. 물론 제4부가 권력화되면 곤란하다. 언론이 사주, 광고주의 영향을 받아 독립성을 잃으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응징하고 그 피해를 본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것도 공감대가 있고 중요한 가치지만, 언론자유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 여권의 움직임은 교각살우다. 소가 죽으면 뭐하냐.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면 안 된다. 사회적 숙의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 처리는 절대 있어서 안 된다. 아무리 언론의 횡포가 심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언론을 죽여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고 있나.

 

“나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옳지 않다. 강성 친문 때문이 아니라 여당 스스로가 각종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웬만한 권력기관 개혁은 어느 정도 했고 언론개혁만 남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최근 서울 청운동의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언론중재법, 차기 대선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 전 의장은 문재인정부에서 중용됐으나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변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 “인간적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문재인정부의 공과는 무엇인가.

 

“공도 있고 과도 있다. 불평이 없거나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건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쉽고. 인사도 잘못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가 없다. 드러누워 침 뱉기다. 잘한 것도 많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만든 한반도 평화정착 기조를 이었다. 상당한 혁신의 성과도 있다.”

 

―소주성, 최저임금 등 주요 정책이 부작용을 낳았는데.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의 시대정신은 불평등 해소다. 그런 상황에서 소주성 같은 제도를 만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처음에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목표가 선의라고 해도 결과가 잘못되면 잘못된 것이다. 타이밍이 잘못됐고, 참모들의 무능함이 겹쳐서 그런 것이다. 물론 참모진을 제때 물갈이 못 한 대통령도 최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의 덕목은.

 

“모든 대통령의 덕목은 첫째 국민통합. 둘째는 국가경영능력이다. 통합능력으로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평가는 두 덕목의 평균이 아니라 곱셈으로 해야 한다. 하나라도 빵점이면 전체도 빵점이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국민통합에 실패했다. 대통령이 편 가르기하기 바빴다. 대통령은 통합을 얘기해야 한다. 편 가르기에 앞장선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통합 능력은.

 

“그런 얘기는 안 한다고 아까 얘기하지 않았나.”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촛불혁명 시즌2다. 시즌1은 문재인이고. 아직 그 정신이 완수되지 않았다. 나는 그 당 출신이 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주체세력으로 마무리를 못 했다. 민주개혁, 진보라는 이름의 네 번째 대통령으로 이어져야 한다.”

―민주당 재집권의 가능성은.

 

“촛불혁명 시즌2는 내 희망 사항이다. 우리 후보 중에 그에 근접한 사람이 있다고 본다. 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얘기하나?”(웃음)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부동산과 내로남불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뢰의 상실이다. 말이나 말지, 현실은 반대로 가니까. 그거에 대한 분노가 분출한 것이다. 그러나 신뢰만 회복되면 금방 복구될 것이다. 참신한 친구가 나와 비전을 제시하고 깃발을 흔들면 벌떼 같이 몰려들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너무 과열되는 것 아닌가.

 

“가령 기본소득에 대해 후보들이 서로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으로 얘기하는 것은 좋다. 정책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 마누라가 어떻고 여배우가 어쩌고, 바지를 벗는다는 따위의 얘기로 승패를 가르려는 것은 안 된다. 수준이 낮다. 격조 높고 품격 있게 싸워야 한다. 그래야 이겨도 이기는 것이고 져도 이기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사직 유지 논란은 어떻게 보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대선 90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어느 게 유리한지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그걸 뭐라고 할 수 없다. 모든 후보가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면 그만둔다. 그러나 그 양반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걸 문제 삼는 상대방도 졸장부다. 쪼잔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특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어느 당 대표든 대선 후보들은 다 서운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귀 기울여 아무것도 못 하는 대표는 하지하(下之下)다. 하나의 흐트러짐이 없고 꿋꿋이 밀고 갈 배짱이 있어야 한다. 송영길은 그런 배짱이 있다고 본다. 그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누가 유력하나.

 

“두 사람은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그걸 명분 있게 그만두지 않고 질질 끌다가 기회주의적으로 나와 문재인정부를 헐뜯고 있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인간의 기본도덕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두 분 다 과거를 뒤집어서 하는 직업을 오랜 시간 가졌다. 법조인은 과거 일을 뒤져 질서를 유지하는 게 생명이다. 대통령은 미래 비전을 얘기해야 한다. 그 사람들은 과거만 쑤시고 거기에만 능하다. 이건 통합과 관계없는 일이다.”

 

―이준석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데.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우리에게 어느 날 선물같이 찾아왔다. 정치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 당에서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것 같아 우려된다. 변화에 앞장서려는 사람 아닌가. 여야 없이 키워주고 받들어주는 게 우선이다. 끌어내리고 밟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 당에서 자꾸 흠집 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직 대통령 사면을 주장해 왔는데.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사법적 절차를 지켜야 한다. 가장 가성비 높은 통합의 정치는 전직 대통령 사면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사면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못 이기는 척하면서 했다. 그런 방법도 있다.”

 

―임기 말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리하지 말라.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라. 민생문제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라. 코로나19 문제를 완벽하게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부동산 문제를 발본색원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걸 회복해야 신뢰가 회복된다. 신뢰를 잃은 게 이것 때문이다. 이 일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딴것 이것저것 하려고 하지 말라.”


박창억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