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갑질’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세계 최초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린 이 개정안은 구글·애플을 통해 다운받은 앱에서 소비자가 결제할 때마다 이들이 최대 30%의 수수료를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각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주목해온 가운데, 미국 CNBC 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주요 언론은 법안 통과 소식을 바로 주요 뉴스로 전했다.
◆“45년 PC 역사에 주요 이정표”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사업자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구글이 국내에 강제 도입하려던 ‘인앱 결제’는 무산될 전망이다. 애플은 애초부터 인앱 결제만 허용했다.
인앱 결제란 구글·애플이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으로만 앱·콘텐츠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인앱 결제가 강제되면, 소비자가 구글·애플에서 앱을 다운받아 게임, 음악 등을 유료로 즐길 때마다 결제 금액의 최대 30%가 구글·애플로 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앱 개발사의 수익이 줄거나 콘텐츠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콘텐츠 소비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끄는 이익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앱 결제를 강제하면 국내 관련 산업 매출이 연간 약 2조3000억원 줄고 생산 감소 효과는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이 발효되면 앱 개발사는 다양한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법안은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갑질’에 제동을 건 세계 첫 사례다. 최근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 등 각국은 ‘구글 갑질 방지법’의 처리를 주목해왔다.
FT는 구글·애플의 경쟁질서 침해를 비판해온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이 법의 통과는 45년 개인 컴퓨팅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소프트웨어기업 베이스캠프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 역시 FT에 “(이 법은) 독점 상태의 앱스토어 댐에 난 최초의 실제적이고 거대한 균열”이라며 한국의 조치가 다른 국가가 행동을 취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구글, 수수료로 무료 앱마켓 가능하다 반박
구글은 개정안이 통과되자 낸 입장문을 통해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아울러 현재 수수료 체계가 앱 스토어 유지·운영비로 쓰이고 개발자와 세계 시장을 연결한다고 항변했다. 회사 측은 “구글플레이는 단순한 결제 처리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며 “구글플레이 서비스 수수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계속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가 여러 툴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 수십억명의 소비자에게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어 “소비자가 기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하고 플랫폼과 개발자 모두가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개발자가 앱을 개발할 때 개발비가 소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구축, 유지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앞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업계는 법안 통과를 즉각 환영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입장문에서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서 앱마켓 시장의 공정한 토대가 마련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