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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테러범 제거…‘핀셋 응징’ 계속된다 [박수찬의 軍]

미국의 MQ-9 리퍼 드론이 성능점검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테러전을 비롯한 저강도 분쟁에서 드론이 전면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군은 지난달 28일 아프간 카불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아프간 지부인 IS 호라산(IS-K)에 대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으로 IS-K 고위급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29일에는 카불에서 추가 테러 위험이 있는 IS-K 차량을 드론으로 공습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지만, 드론을 통한 테러 세력 공격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지역이 늘어나면서 드론을 앞세운 대테러 전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MQ-9 리퍼 드론이 무장을 장착한 채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상군 파견 고충 덜어줄 수단으로 주목

 

미국이 IS-K 공격에 투입한 드론은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로 알려졌다. 

 

2007년 실전배치된 리퍼는 미국 본토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 있는 테러 조직 관계자를 정밀타격한다. 지상 표적을 면밀하게 감시 및 추적하면서 공격하는 무인공격기의 특징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리퍼는 헬파이어 미사일 14발 또는 헬파이어 4발에 레이저유도폭탄 2발 등을 탑재한다. 완전무장한 상태에서도 14시간을 비행할 수 있다. 

 

표적 감시 작전에서는 조종사만 교대하면 24시간 정찰도 가능하다. 적을 포착해 공격하고, 그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

 

MQ-9 리퍼 드론이 무장을 장착한 채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리퍼를 더욱 치명적인 무기로 만드는 요소는 헬파이어 미사일의 변형인 R9X다. ‘닌자미사일’로도 불리는 R9X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개발된 무기로 2017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표적을 화약으로 폭파하는 대신 하늘에서 칼을 내리꽂아 살해한다. 첨단추적장치를 갖춰 이동 중인 자동차의 운전사는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뒷좌석 탑승자를 제거할 수 있다. 

 

여성과 아이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테러 조직의 작전과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따른 정치적 비난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2017년 2월 미 중앙정보부(CIA)가 시리아에서 드론을 사용한 공습으로 알카에다 2인자 아흐마드 하산 아부 알 카르 알 마스리를 살해했을 때 R9X가 사용됐다.

 

당시 알 마스리가 탑승한 승용차는 미사일에 맞아 지붕에 타원형으로 구멍이 났으나 불에 탄 흔적은 없었다.

 

드론을 이용한 미국의 대테러 공습 작전은 아프간을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프간, 시리아에 전투기나 헬기에 탑승한 특수부대를 투입하려면 지대공 미사일 등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현지 무장단체에 체포되면 정치적으로 지게 될 부담이 크다. 

 

미 해병대원들이 RQ-21 드론을 발사대에서 쏘아올리고 있다. 미 해병대 제공

이같은 상황을 예방하려면 격추된 대원을 구출할 지상부대가 인근에 주둔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간에서는 미군이 없다. 시리아는 강력한 방공망을 갖추고 있어 피격 위험이 적지 않다. 

 

인명 손실 가능성이 없어 추락 또는 피격됐을 때 위험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표적 위치만 확인되면 정밀 타격이 가능한 드론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첨단감시장비를 활용해도 테러리스트와 현지 주민을 정확히 식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드론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29일 미군이 아프간 카불 공항 외곽에서 폭탄 테러 의심 차량에 드론 공습을 감행했을 때, 2차 폭발 과정에서 아동 6명을 포함해 일가족 10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작전 지역에 특수부대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철군한 미국이 특수부대를 새로운 전장에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군이 무인기를 제공하고, 동맹국 특수부대가 지상작전을 담당하는 구조가 거론된 이유다.

 

미군 드론이 감시 및 정찰을 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지상의 동맹국 특수부대에 실시간 전달하면, 특수부대는 이를 토대로 현장에서 확인한 정보와 함께 작전을 감행하는 것이다. 특수부대는 현장에서 최종 확인만 담당하고, 드론이 타격을 할 수도 있다. 

 

이같은 방식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동맹국 군대가 파견된 북아프리카에서는 가능하지만, 소말리아처럼 우방국 군대가 없거나 현지 정부군의 능력이 낮은 곳에서는 어렵다.

 

결국 드론으로 감시 및 정찰과 타격을 모두 진행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이같은 추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드론 공습 작전이 늘어난다면, 이에 대한 효용성과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찬반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윙룽2 무인기가 무장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

◆세계 분쟁지역서 드론 사용 확산

 

미국이 아프간과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 드론을 투입해 테러 조직을 공격한 사례가 공개되면서 다른 나라들도 ‘드론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4월 시작됐던 리비아 내전 당시 정부군은 터키에서 제공받은 바이락타르 TB2를 투입했으며, 할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지휘하는 리비아국민군은 중국산 윙룽2를 사용했다. 

 

지난해 9월 벌어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은 바이락타르 TB2로 아르메니아 지상군을 공격했다. 

 

바이락타르 TB2의 전과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제르바이잔 측은 아르메니아군 야포와 장갑차, 다연장로켓, 대공방어기지 등을 다수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락타르 TB2가 아제르바이잔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터키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이락타르 TB2는 미국의 리퍼보다 성능이 낮지만,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도 성능을 입증해 폴란드가 도입을 결정했고, 우크라이나는 공동생산을 제의하는 등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 당시 아르메니아 군이 대공화기와 전자전 등으로 10여 대를 격추했다는 주장도 있어 안티 드론(Anti drone) 작전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반군 조직도 드론 사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부터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 내전이 진행중인 예멘에서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부군이 운영하는 알아나드 공군기지가 후티 반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을 받아 최소 30명이 사망하고 65명이 다쳤다. 

 

미군 드론 3대가 지상에서 근접비행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후티 반군은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운영하고 있어 정찰 및 타격 작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아브하 국제공항이 무장 드론 공격을 받아 8명이 다쳤다.

 

지난 6월에는 이라크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가 미군이 주둔하는 알 아사드 공군기지 공격을 시도하다 미군에 제지됐다. 

 

드론을 이용한 공습 작전이 미국 외에 다른 나라도 더욱 확산되면, 지상 공격과 공대공 전투를 포함한 주요 군사작전에서 드론이 주역으로 활동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