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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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꿈꿨던 딸, 모더나 접종 나흘 만에 쓰러져 사망… 정부는 편지 한 통 없다”

제주서 숨진 20대 여성의 아버지 ‘통곡’ / “제주 방역당국이 3차례나 TTS 검사 의뢰했는데 질병청이 거부” 주장
기사 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미국 모더나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받은 제주의 20대 여성이 나흘 만에 쓰러져 뇌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숨진 여성의 아버지는 “정부가 접종 독려 메시지는 꼬박꼬박 보내면서 접종 사망자 유족에게는 위로의 전화나 편지 한 통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며 초등학교 교사를 꿈꿨던 A(23·여)씨는 지난 7월26일 시내 한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A씨는 임용고시를 앞두고 잔여 백신을 신청해 접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버지인 B(51)씨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지병이나 기저질환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 접종 4일 만인 7월30일 밤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에 이송돼 뇌 수술까지 받았지만 8월7일 끝내 사망했다.

 

B씨는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병원 면회가 제한돼 임종을 앞두고 차가워진 딸의 손도 잡아주지 못한 채 중환자실 앞에서 눈물만 흘리다 딸을 떠나보내야만 했다고 한다.

 

또한 딸이 숨진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가족은 여전히 딸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초등교사를 꿈꿨던 A씨가 생전 사용했던 책상. A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B씨는 정부가 무책임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라 접종한 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사후 관리나 지원은커녕 사과의 말도 없었으며, 인과성 입증에 대한 행정적 절차도 안내받지 못하는 등 답답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접종 독려 메시지는 꼬박꼬박 보내면서 접종 사망자 유족에게는 위로의 전화나 편지 한 통 없다”고 분노했다.

 

B씨는 “의학적으로 연관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도의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유연한 손해배상이 필요하며, 유족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특히 딸인 A씨가 사경을 헤맬 동안 제주도 방역당국이 백신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자 질병관리청에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검사를 3차례나 의뢰했지만 질병관리청이 접수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아직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사례나 연구 결과가 많지 않고 최근에도 계속 새로운 사례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꼬집으며, “접종 인과성에 대해 기존의 발표와 자료만을 근거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향후 어떤 가능성이 나올지 모르니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가를 초빙해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백신 인과성에 대해 평가한 의견을 제출했으나 정부 당국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피해조사반이 확실히 반박할 증거가 없다면 지자체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청은 A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에 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