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실정 책임을 국민한테 떠넘기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부동산 정책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넣는 데 있어야지 억누르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연구팀은 ‘퇴로 없는’ 부동산 정책이 국민 저항만 부를 것이라면서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협동연구총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여간 국토연구원과 주택금융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공동연구한 것이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어야 하는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가와 공직자들이 실적과 성과를 내기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에 따라 경제도 성장한 것 같은 착시가 생기는데, 실수 또는 부정부패를 감추고 싶은 정치인과 공직자들로서는 잠시라도 생색낼 수 있어 좋다”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된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 급등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실질소득의 한계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임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겪게 될 비극적 결말을 애써 부정하며 다들 현재에 매달리고 싶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금이라도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가와 공직자들부터 각성할 필요가 있다”며 “부풀 대로 부풀려진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여 환상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 대응과 관련,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장을 억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은 ‘다주택자’ 개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문제를 삼았다.
어느 정도 또는 규모의 주택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복수의 주택을 명목상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현정부는 보유주택의 수량에만 천착한 ‘다주택’이라는 관념을 일방적으로 부동산정책에 투입·고수하고, 충분한 정책검증 과정없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