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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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전세자금대출 건드리거나 규제 강화 검토 계획 없다"

내년 상반기까지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
전세자금대출 예외로 둘 듯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예외로 둘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전세대출의 경우 실수요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만간 내놓을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서 전세대출은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을 건드리거나 (규제 강화를)검토할 계획이 현재로썬 없다"며 "전세대출은 대부분 실수요자들이 받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규제가 쉽지 않은 만큼,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전세대출은 실수요라는 차원에서 (정책방향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전세자금대출의 증가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은 6조1000억원으로, 이중 전세대출이 2조8000억원 늘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8월에도 증가추세는 계속됐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9조96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606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 증가폭은 올 들어 매월 1조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가을 이사철을 앞둔데다,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당국과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이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가계들이 보유한 여유자금은 그대로 놔두고,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났을 것이란 추정이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이 다른 용도로 쓰이더라도 이를 현실적으로 검증할 수가 없어, 무작정 규제를 들이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대출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제어하기 위해 당장 대책을 내놓을 만큼 전세대출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금융연구원이 개최한 '통화정책 정상화와 자산시장 영향' 토론회에서도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시장 등의 과열로 신용대출이 많이 늘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담대도 많이 늘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일반 주담대는 순감했고 신용대출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으로 줄어든 반면,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집단대출 등 3가지가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3개 대출이 모두 실수요 대출이어 정책적 진퇴양난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