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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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드론공격 희생자는 IS 아닌 구호단체 협력자”

NYT, 보안카메라 등 분석 오판 시사
구호단체서 일하던 가장 등 10명 사망
오폭 논란에 미군 “민간인 사망 3명뿐”

아프가니스탄에 20년간 주둔한 미군의 마지막 드론 공격 희생자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요원이 아닌 미국 구호단체 협력자였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 단체는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권(한국명 권순영)씨가 설립한 곳이다.

NYT는 10일(현지시간) 희생자 가족과 동료 인터뷰, 보안 카메라 영상 분석 등을 종합해 미군이 IS-K의 카불공항 테러를 응징한다며 단행한 공격이 완벽한 오판이었음을 시사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구호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는 지난달 29일 아침 상사로부터 “출근할 때 내 집에 들러 노트북을 갖다 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아흐마디는 흰색 토요타 1996 코롤라를 몰고 동료 두 명을 태운 다음 노트북을 챙겨 사무실로 향했다.

미군은 이때부터 아흐마디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NYT는 “상사의 집이 IS-K의 로켓 발사대 인근이었고, 공교롭게 아흐마디가 몬 차량도 IS가 폭탄을 실은 차량과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모델이었다. 또 아흐마디가 출근 전 들른 세 곳 중 한 곳은 IS 은신처와 가까웠다”고 했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 후 수도가 끊긴 집이 많아 아흐마디와 동료들은 생수통을 가져와 사무실에서 물을 받아가곤 했다. 이날도 그는 트렁크에서 커다란 플라스틱통을 꺼냈다 실었다를 반복했다. 오후에는 카불 시내 경찰서를 방문해 인근 공원의 난민들에게 식량 배급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그는 동료 3명을 태워 차례로 내려준 뒤 집으로 향했다. 오후 4시50분 그가 귀가했을 때 미군은 아흐마디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굳힌 상태였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운전자 신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지만 IS 은신처를 오간 점, 커다란 짐을 실어나른 점 등으로 미뤄 폭탄공격에 연루됐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흐마디가 주차를 하자마자 미군은 드론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흐마디와 그의 세 자녀, 사촌 등 일가족 10명이 숨졌다. 미군 미사일이 자국 구호단체 직원을 겨냥한 셈이다. NEI는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재미교포 권 대표가 아프간 영양실조 퇴치를 위해 설립했다. 아흐마디와 함께 숨진 조카 나세르도 미군 조력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둘 다 미국 이주를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오폭 논란에 대해 미군은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3명뿐”이라며 “합리적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