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된 ‘사잇돌 대출’이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에게 집중적으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서울보증보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잇돌 대출을 통해 공급된 보증액 1조3047억원 중 고신용자(1∼3등급)에게 공급된 금액은 8940억원으로 68.5%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전체 18만4347건 중 11만9251건(64.7%)이었다.
반면, 5등급 이하에게는 2797억원(21.4%), 4만3743건(23.7%)이 공급됐다.
사잇돌 대출 중 고신용자 비중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전체 건수 대비 고신용자 비중은 2018년 13.0%에서 2019년 34.7%, 지난해 45.8%, 올해 1∼7월 64.7%로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금액 기준 비중 또한 16.8%, 39.6%, 53.6%, 68.5%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사잇돌 대출에 별도의 신용점수 요건이 없었던 점이 중·저신용자 대상 정책 대출이 고신용자 위주로 공급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당초 이름처럼 ‘중금리 대출 시장 형성을 위한 과도기 상품’이라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실제로는 정반대로 운영돼 온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이달부터 사잇돌 대출 요건에 신용점수를 추가하고, 신용등급 5등급 이하(신용점수 하위 30% 차주)에게 사잇돌 대출의 70%가량이 공급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윤 의원은 “상품이나 정책을 내놓기만 하고 성과에 대해선 점검하지 않아 생긴 결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민금융상품이 도입 취지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