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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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빔’ 노리다 눈물 쏙 뺍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업 가시화

ISMS 인증 28곳 불과

신고 마감 24일로 다가왔지만
대다수는 실명계좌 확보 못 해
사실상 업비트 등 4곳만 생존
미인증 거래소 원화마켓 중단 전
투자자들 미리 원화로 출금해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24일)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사업자 신고의 최소 필요조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하지 않은 28곳 외 다른 거래소들의 폐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28곳 외의 거래소를 이용 중인 투자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보유 코인을 원화로 출금하거나 다른 거래소로 옮겨야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15일 정부와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28곳이 사업자 신고 필수 요건인 ISMS 인증을 받았다. 원화 마켓을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인 실명계좌를 확보한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뿐이다.

 

ISMS 인증만 갖춘 채 실명계좌를 못 받은 거래소들은 이달 24일 사업자 신고 마감까지 계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속속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마켓을 열고 있다.

 

15일 포블게이트도 원화마켓을 일시 중단하고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코인 간 거래를 지원하는 BTC(비트코인) 마켓을 23일 오픈한다고 밝혔다. 이철이 포블게이트 대표는 “실명계좌 확보가 부득이하게 늦어져 현재 운영 중인 원화마켓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된 것으로, BTC마켓으로 서비스를 전환해 사업자 신고하고, 시스템을 보강하고 실명계좌를 확보한 후 원화마켓을 재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하고 코인마켓만 운영하게 되면 기존 투자자들은 보유 코인을 정해진 기한 안에 원화로 출금하거나 실명계좌를 확보한 다른 거래소로 옮길 수 있다. 계속 해당 거래소에 거래하고 싶다면 코인마켓에서 통화처럼 쓰이는 코인으로 전환한 뒤 다른 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 단, 해당 거래소에는 원화로 출금할 수 없기 때문에 현금화를 위해선 실명계좌 확보 거래소로 코인을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24일 이후엔 사실상 4대 거래소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진=AP연합뉴스

문제는 ISMS 인증도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다. 이들은 24일 이후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폐업할 공산이 큰 거래소에서만 취급되는 코인들은 24일 이후엔 고스란히 사라지게 돼 투자자들은 큰 손실이 우려된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ISMS 인증을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에서만 취급되는 코인은 미리 원화로 전환해 출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자산을 잃게 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은 ISMS 인증을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에서만 취급되는 코인을 쉽게 빼지 못하고 있다. 해당 코인의 현재가가 자신의 보유 평균가격보다 밑돌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를 앞둔 코인들이 갑자기 가격이 오르는 이른바 ‘상폐빔’이다. 해당 코인에 투자한 ‘세력’들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큰돈을 투자해 가격을 올렸다 빼는 것으로, 코인 시장에서는 종종 상폐빔이 나타나곤 한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ISMS 인증을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에서만 취급되는 코인에 세력들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코인의 상폐빔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모든 자산을 해당 거래소에서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