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2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돌아가신건데… 이분들의 넋을 기리는 것까지 경찰이 이렇게 막을 줄은 몰랐습니다.”
김기홍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합동분향소 설치가 왜 불법인지 납득이 안 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쯤 국회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감염병예방법 위반을 이유로 합동분향소 설치를 막으면서 30분가량 대치가 이어졌다. 비대위는 결국 국회 앞을 떠나 인근 산업은행 앞으로 가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이곳에서도 경찰의 제지에 막혀 실패했고 이날 밤 늦게까지 국회 앞에서 대치를 이어갔다. 비대위는 합동분향소를 합법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서울시에 문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어제 새벽에도 유서를 쓰고 나간 분이 계시다. 서울시의 답을 더 기다릴 수 없어 합동분향소 설치를 강행한 것“이라며 “광화문이든, 서울시청이든 반드시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숨진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최근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른 모임 인원·영업시간 제한의 장기화로 영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린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비대위가 지난 13∼14일 제보를 받은 결과 이틀 동안 22명의 죽음이 제보됐다. 이에 자영업자 단체들은 정부에 영업제한 철폐와 손실보상 강화를 촉구하며 차량 시위 등에 나서고 있다.
이날 합동분향소 설치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비대위와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을 본 일부 시민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공감했다. 회사원 심모(35)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희생되어 온 것 같다”며 “영업제한 조치 완화가 어렵다면 자영업자들에게 지원금이라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방위적인 자영업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부와 국회의 안일한 대응이 자영업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며 “나라 곳간만 생각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