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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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데이트폭력으로 1년에 100명 죽어나가”

이 교수, 전 연인도 보호해주는 ‘파트너 폭력’ 개념 도입 주장
“외국은 가해자 집에서 퇴거, 국내선 피해자를 쉼터로 끌어내”
교제중이던 25세 여성 황모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25세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한 3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국내에서 비공식적으로 1년에 100명 정도가 죽어 나간다”라고 지적했다.

 

1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 교수는 “국내에는 공식 통계가 없어서 여성단체에서 기사를 세어서 통계를 낸 결과 연인관계이든 혼인신고된 사람이든 1년동안 평균 100명이 죽어 나간다더라”라며 이같이 전했다.

 

‘데이트폭력’이란 단어 대신 UN 등 영미권 국가에서는 ‘파트너폭력’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언급한 이 교수는 국내 가정폭력처벌법에는 혼인신고가 된 여성들만 보호해주기에 연인, 전 연인, 등을 포함한 파트너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처벌법이 정말 오래전 4인 이상 가구가 기본단위였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다 보니까 혼인신고가 된 가정만 보호해준다”라며 법에 의해서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 가정폭력 가해자를 집에서 퇴거를 시키는데 국내에서는 되레 가정폭력 피해자를 쉼터로 끌어낸다고 대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선 가해자가 집을 차지하고 못 들어오게 하면서 쉼터를 찾아가 괴롭힌다”며 “지속적으로 괴롭히다가 사망한 사건도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7월 발생한 ‘마포 데이트폭력 살해’사건 관련 가해자가 ‘주변인들에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 이 교수는 “가해자의 자기변명을 경찰에서도 폭행의 동기라고 발표한 것일 뿐이고 그것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는 황모씨(25·여)씨가 교제중이던 가해자 30대 남성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황씨에게도 폭행을 가했고 질질 끌고 다닌 장면이 CCTV에 잡혔다. 이후 가해자는 시간을 끌다가 119에 신고를 했고 신고에서도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셔 취해서 넘어졌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피해자 황씨는 코마 상태에 빠졌다가 3주간 중환자실에서 버티다 끝내 숨졌다. 황씨의 모친은 이같은 사연을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고 이날 기준 약 4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가해자는 구속된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