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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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작렬하던 사이공… 천지개벽 동력은 ‘건강한 사람들’

유일상/하나로애드컴/2만7000원

베트남 역사문화기행/유일상/하나로애드컴/2만7000원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해군의 일원이던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에게 당시의 사이공(호찌민시)은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이 도시는 유 교수가 1967∼1969년 해군 수병으로 근무했던 ‘주월한국군 해군수송전대 LST-808(덕봉함)’의 모항이었다. 군인들은 항구에 도착하면 함정의 녹을 벗기고, 페인트를 칠하고 탄약을 비롯한 군수물자들을 선적하는 일을 해야만 했다.

호찌민은 50여 년 전 전쟁의 와중에 본 사이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방문할 때마다 날로 변화, 발전하는 경이로운 모습에 놀라면서 옛 추억을 회고할 수 있는 흔적들을 본다”고 밝혔다. 조명탄이 터지고 포탄이 작렬하던 사이공강에는 밤새 유람선이 떠있다. 강 건너 밀림은 고층 건물과 새로운 공사 현장으로 요란한 불야성이다. 해군수송전대 사령부에서 주월한국군사령부로 가는 대로에 서 있던 베트남 대몽 항쟁의 영웅 쩐흥다오 장군의 동상은 강변의 방사형 로터리로 이전되어 있다.

유 교수는 “조명탄이 강 주변을 밝게 비추는 한밤을 지난 새벽 미명에 베트콩의 박격포에 한국 해군 함정의 하사관이 희생되곤 했던 그 위험한 강은 낭만이 흐르고, 박격포 날아오던 강 건너편 밀림은 호찌민시의 신흥개발지구가 되었다”며 “베트남은 사이공을 천지개벽시켰다. 그 동력은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베트남과는 참전군인이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유 교수가 “환경과 제도를 포함해 더 살기 좋은 곳은 찾는 안내자의 자세로 베트남 각지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쓴 책이다. “50년 전 수병으로 남베트남 여러 항구와 포구에 상륙하여 체험했던 기억과 최근 여행을 통해 현장을 취재하면서 확인한 내용들이 많이 다름에 놀라기도 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인식을 하나로 묶어보려 시도했다”고 한다.

책은 5부로 구성했다.

제1부는 베트남의 역사를 간추려 소개한다. 주로 근현대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중국 영향 아래에서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는 베트남 민족의 끈질긴 독립 의지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는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포함하는 베트남 북부지역의 주요 도시를 소개한다. 프랑스, 미국 등 거대한 외세를 상대로 험난한 싸움을 이끈 수뇌들의 흔적을 알려준다.

3부는 다양한 소수민족과 공존하며 상호 동화하는 중부고원을 소개한다. 4부는 중부 해안 여행 보고서인데, 이 곳은 남중국해의 해안선을 따라 일찍부터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외국과의 교류가 많은 항구가 있다. 유 교수는 “근대에 이르러 외세와 투쟁을 통해 민족 모순을 해결해 가는 역사가 아직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평했다.

5부는 깜라인과 메콩 델타, 미토, 푸꾸옥섬을 둘러보면서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는 것으로 내용을 채웠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