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작가, 현대미술계 영향력 막강한 ○○갤러리에 출품.’
제목도 대단하지만 A씨는 개인적으로 응원하며 지켜보던 연예인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이메일 보도자료를 열었다. 하지만 꼼꼼히 보니 과장이 심했다. 유력 갤러리를 유료 대관해 여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인데, 마치 해당 갤러리가 발굴해온 유명 현대미술가와 동급으로 발탁된 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홍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과장된 부분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연예인 동정기사면 몰라도, 미술 정보로서는 오해가 생기기 충분했다. 미술 분야를 전담하는 기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과대포장된 측면을 거른 기사를 남기고자 했다. 소속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실 그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다음 날 소속사는 문자를 보내와 세계일보 기사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작가와 회사 모두 큰 무시를 당한 느낌이어서 상당히 불쾌하다”고도 했다. 반전이었다. 기자가 A씨에게 호의를 가졌던 이유는 딱 하나다. 작품이 대단해서가 아니었다. 방송에서 A씨는 무례한 대우나 무시를 당해도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감으로써 편견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날 A씨 측 반응은 그간 이미지와 정반대였다. 피해의식이 선연했다. 소속사 대표는 한국 최고의 화랑 회장의 친척임이 미술계에 잘 알려져 있는데, 굳이 ‘회사도 불쾌해한다’는 말을 왜 덧붙이나 의구심이 들었다. 오만함의 발로가 아니길 바란다.
기자가 A씨를 무시하려고 기사를 썼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기자는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생각뿐이다. A씨 마케팅에서 파생된 보도들로 인해 누군가는 해당 작품을 지나치게 비싸게 살 수도 있고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미술시장에 소비자보호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언론이 소비자 편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검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미술시장은 “미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뜨겁다. 거품 우려도 없지 않다. 미술계에서도 이런 시기에 자칫 초보 컬렉터가 바가지를 쓰면 영영 소비자를 잃을 수 있으니 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긴장감에 찬 지적이 나온다.
기사가 불쾌하다면 진정한 작가로서 대우받기 위해 거쳐야 할 평단의 지적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럴수록 작가로서 가능성은 떨어지고 자신을 후원하려 작품을 산 이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손해를 본 이들은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키우고 다시 미술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A씨 측이 바라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트테이너 이슈를 취재하다가 만난 전문가들은 팬덤과 유명세로 비평을 생략하고 소속사의 마케팅으로 무장한 이들이 신규 소비자들에게 혹여나 피해를 주고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할까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반전평화 퍼포먼스 ‘베드 인(bed in)’을 사례로 들며, 그런 선한 영향력을 가진 아트테이너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으면 어떨까. 마케팅에 대한 지적에 발끈하기보다는 지금 한국 미술시장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