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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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모기’ 속설 진짜네… “9월 중순에 최대 발생”

이달 1∼11일 채집모기, 8월 대비 5.5% 증가
2018년 이후 매년 9월 모기가 더 늘어
기후변화 영향…폭염에 활동시기 옮겨
모기. 게티이미지뱅크

‘가을 모기’의 반격이 시작됐다. 폭염으로 주춤했던 모기가 가을 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한여름보다 가을이 모기가 활동하기 더 좋은 온도가 됐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서 채집된 모기는 이달 1~11일 기준으로 3만541마리다. 8월 같은 기간 채집된 모기 2만8956마리보다 5.5% 늘어났다.

 

최근 몇 년간 서울시 DMS 수치를 살펴보면 가을 모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속설이 사실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통상적으로 모기 수는 한여름인 7~8월에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2018년 이후로는 8월보다 9월에 채집된 모기 숫자가 더 크다. 2018년 7월 10만6118마리에 달했던 모기는 8월 들어 6만5030마리로 급감했다. 그러나 9월 들어선 다시 6만7379마리로 증가했다.

 

2019년도 마찬가지다. 7월 14만7401마리에서 8월 7만5125마리로 주춤했다가, 9월 들어 8만3274마리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7월 9만9196마리, 8월 8만2436마리, 9월 9만5170마리를 기록했다.

 

가을 모기의 주를 이루는 것은 작은빨간집모기다. 몸길이가 4.5㎜로 모기 중에서도 작은 편이지만, 일본뇌염을 전파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울시 유문등 채집모기 현황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채집된 모기 전체 251마리 중 225마리인 89.6%가 빨간집모기였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2017년 대한의사협회지에 기고한 ‘국내 서식 감염병 매개체의 생태학적 특성과 현황’ 논문에서 “10여년 전까지는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에 최대 발생을 보였고 9월 중순에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8월 이후 기온상승의 연장으로 인해 9월 중순이 최대 발생 시기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모기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온도는 25~32도 사이다. 32도를 정점으로 온도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모기의 개체 수는 감소한다. 서울의 평균 최고기온은 2016년 8월 32.6도, 2018년 8월 33.3도에 달했다. 폭염에 지친 모기가 가을로 활동 시기를 옮기고 있는 셈이다. 기온이 낮은 아침과 밤에 모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실내 공간으로 향하기 때문에, 체감상 모기가 더욱 많게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여름 모기가 자취를 감추자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을 반가워하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한반도 서식 모기종에 변화가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 검은 몸통에 흰색 줄 3개가 그어져 일명 ‘아디다스 모기’로 불리는 흰줄숲모기 번식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와 아열대 지역에 자생하는 흰줄숲모기는 이미 국내 일부 지역 숲이나 주택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을 매개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이 교수는 “2050년 이후에는 국내 겨울철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아열대 기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기온에서는 흰줄숲모기가 성충으로 월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뎅기열의 국내 토착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