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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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소녀’는 진짜 강했다… 서채현, 세계선수권 리드 우승

서채현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1 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여자부 결선에서 암벽을 오르고 있다. 모스크바=EPA연합뉴스

스포츠클라이밍의 서채현(18·신정고·노스페이스 에슬리트팀)은 유난히 거셌던 2020 도쿄올림픽 10대 돌풍의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라 기대됐던 선수다. 어린 나이에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을 수차례 우승하는 등 실력이 검증됐기에 무리한 기대감도 아니었다. 다만, 대회 막바지에 펼쳐진 경기 결과는 아쉬웠다. 결선에 오른 8명 중 최하위에 그친 것. 스포츠클라이밍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탓에 리드, 볼더링, 스피드 등 세개 세부 종목 성적을 합산해 수상하는 '콤바인'으로 치러졌고, 서채현은 정해진 코스를 오르는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에서의 부진으로 끝내 기대했던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거미소녀'는 인공암벽 코스를 가장 높게 오르는 순으로 순위를 정하는 리드에서만큼은 2위에 오르며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올림픽 한달여 이후 이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섰다. 서채현은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21 IFSC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여자부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과 준결승에서 모두 최종홀드인 톱(TOP)을 찍고 결승에 오른 뒤 결선에서도 8명의 선수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나서 38개 홀드를 모두 정복하는 완등에 성공하며 나탈리아 그로스먼(미국), 라우라 로고라(이탈리아·이상 37홀드)를 따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앞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도 결선에서의 유일한 완등에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고, 중계방송 해설자도 서채현이 37홀드를 넘어서며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서채현의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이에 앞서 김자인(33)이 2014년 이 종목에서 우승한바 있다. 서채현은 이날 우승으로 자신이 ‘암벽여제’의 완벽한 후계자임을 입증해냈다.

 

이번 우승으로 불과 3년 남은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도쿄에서 올림픽 정식정목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한 스포츠클라이밍은 차기 올림픽인 파리대회에서는 종목을 세분화해 확대개편된다. 스피드가 개별 종목으로 별도로 분리되고 리드와 볼더링만으로 메달을 겨루게 되는 것. 이는 스피드에서 절대적으로 취약한 서채현에게는 희소식이다. 이미 리드는 세계 최정상임이 입증된 상황으로 여기에 복잡하게 구성된 인공암벽을 창의적 등반 코스를 찾아내 맨손으로 올라가는 볼더링만 좀 더 보강된다면 도쿄에서 이루지 못했던 메달의 꿈을 충분히 이룰 만 하다.

 

18세 나이로 3년간 더 성장할 여지가 엄청나게 남아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더 키운다. 무엇보다 아직도 신체적인 성장이 이어지는 중이라 20대 초반이 되면 힘과 속도, 기술을 겸비한  완성형 선수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날 서채현의 우승에 주목했다. 공식 트위터를 통해 “놀라운 등정 끝에 서채현은 리드 여자부 결승에서 유일하게 톱을 달성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서채현이 리드 종목의 새로운 세계 챔피언이 됐다”고 칭찬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