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씨 마른 일자리에… 직장 못 구한 청년들 ‘평생 알바’ 불안감 [연중기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구직포기 절반이 2030
8월 청년실업 5.8%… 2020년보다 1.9%P↓
확장실업률 21.7%… 공식통계와 격차
취업시험준비 비율도 2년 연속 최고치
3명 중 1명 공무원시험 준비 가장 많아

코로나 직격탄 맞은 청년들
발생 직후 작년 3월 고용률 크게 감소
확산세에 따라 실직 증가율 두드러져
“정부, 양적 확대에 치중… 실효성 부족
역량에 맞춘 다양한 일자리 개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장 많이 받아내고 있는 연령대가 누구일까. 노동시장의 경우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과거의 경제위기 때 충격이 주로 청년층에 집중됐다. 이들이 주로 주변적인 일자리에 머물러 있는 세대라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확산 영향으로 ‘2030’ 청년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더 큰 고용률 감소를 겪고 있다. 이들에겐 최근 고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소식도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거나 상시 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 늘어난 일자리도 단기 일자리에 그쳤다. 동시에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층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 더욱 충격적이다.

◆청년 5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취준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 시험 준비”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5.8%로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청년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1.7%였다. 공식 통계와 달리 일하고 싶은 청년 5명 중 1명꼴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확장실업률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도 함께 계산한다.

 

말 그대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면서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장기간 취업준비를 하는 공무원 준비생도 포함되는 실질적인 실업지표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 비율은 19.1%(85만9000명)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취업준비 중인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시험 준비분야는 일반직공무원이 32.4%로 가장 많았고 일반기업체(22.2%), 기능분야 및 기타(18.9%) 순으로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마이스(MICE) 관련 학과를 전공한 신모(27)씨가 그런 경우다. 신씨는 졸업 전 여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어 일을 그만뒀다. 이후 그는 공공기관에서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하면서 공기업 입사에 필요한 가산점을 받고 자격증을 준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제 그의 목표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다. 신씨는 “내 주변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그러면서도 ‘결국 선택지가 이거밖에 없나’하고 속상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직단념자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구직단념자는 21만9188명으로 2015년(18만5254명) 대비 1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6월 기준 구직단념자 58만3000만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6.8%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내 구직 경험이 있고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김모(30)씨는 “3년 동안 취업준비를 했는데, 여러 차례 ‘서탈(서류탈락)’하고 면접에 겨우 가더라도 ‘최탈(최종면접탈락)’ 신세라 이젠 직장 얻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1년 전부터 구직활동을 그만두고 낮에는 식당홀 서빙을 하고 밤에는 선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김씨는 “마음 한켠에 평생 아르바이트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거절만 당하다 보니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청년들… “정부 일자리 정책은 실효성 부족”

 

청년층의 고용 포기나 실업이 코로나19로 인한 비자발적인 것이란 점에서 이들에 대한 촘촘한 보호망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실제 청년층의 고용에 즉각적이고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코로나19의 확산과 청년노동시장 변화’ 보고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청년층은 여타 연령층과 달리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3월에 큰 폭의 고용률 감소를 겪은 뒤 12월경 다시 큰 폭으로 고용률이 줄어드는 양상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 즉각 청년층의 실직 등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학교를 떠난 남성 청년, 그중에서도 졸업 후 2~4년이 경과한 청년들은 연말의 고용률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로 고용률이 줄어든 사이 비경제활동인구의 규모 역시 상당히 늘어났는데, 졸업 후 2~4년가량 경과한 남성 청년,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공 청년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은 고용률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집단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볼 때 시간제 노동자의 비중이 15년 전의 2배 이상 늘어난 15.9%까지 치솟았고, 30세 미만 청년층에서 이 비중이 더 빠르게 증가해 현재 청년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이 시간제로 일한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그간 정부는 고질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30조5000억원으로 2017년(15조9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이 큰 고용서비스와 직접일자리 비중이 늘어났다.

 

고승연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타 연령층에 비해 고용 상황의 회복력·활력도·안정성 모두 20대가 가장 열악하고 심각하다”면서 “청년들의 부진한 고용상황의 원인은 외부 고용환경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실효성 부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고 연구위원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정책은 중요한 고용대책이지만 단순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정규 일자리로 연계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며 “대상 청년 역량 및 적성과 맞출 수 있는 직무 기반의 다양한 직접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명 중 1명 ‘극단 선택’ 고민… 정신건강도 적신호

 

“어차피 노력해도 취직도 안 되는데 그냥 이번 생(生)은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수도권 대학 졸업 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A(28)씨는 최근 감당할 수 없는 무기력감에 시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졸업 후 수십 차례 기업에 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채용 자체를 줄이면서 원하는 일을 하기는커녕 안정적인 일을 구하는 자체가 어렵게 됐다”며 “집값은 나날이 고공행진하는데 평생 이렇게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하루하루 버텨야 하나라는 생각에 사는데 아무런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취업난이 가중되고 금전적·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구직활동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기력함, 좌절감,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9∼29세 청년의 5.3%가 최근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구체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4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이유로 직장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19∼39세 남성의 경우에는 32.0%가 ‘직장문제’를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24.5%), ‘외로움·고독’(16.8%), ‘신체적·정신적 질환, 장애’(12.5%)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2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장문제’(18.5%), ‘가정불화’(15.6%), ‘외로움·고독’(14.1%) 순이었다.

실제로 청년들의 일자리 인식은 암울했다. 일자리 상황이 점차 악화될 것이고,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거주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2.9%가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도 낮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총자산 규모는 10억~20억원 수준이 23.5%로 가장 많았고,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청년 중 70.4%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앞서 복지부가 올해 1·2분기에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20·30세대의 우울 평균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대와 30대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2분기 기준 각각 24.3%와 22.6%로 50·60대(각각 13.5%)에 비해 1.5배 이상 높았다.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었다. 복지부는 “여전히 우울, 자살 생각 비율이 높은 수준이고, 7월 거리두기 강화 등 방역상황 변화에 따라 심리지원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마음 건강 회복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촘촘하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