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3일 열린 두 번째 합동토론회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윤석열, 홍준표 후보에게 추격 주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윤, 홍 후보는 외교·안보 정책과 공약 표절 논란 등을 놓고 격돌했다. 다만 후보 8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는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이날 주도권 토론 첫 상대로 홍 후보를 지목하고 ‘핵무장’ 관련 정책 질의를 했다. 그는 홍 후보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에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식의 핵공유를 요구하고 미국이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체 핵무장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렇게 되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해서 비핵화 외교 협상은 포기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구소련의 핵미사일을 동구권에 배치하니깐 독일의 슈미트 수상이 미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달라고 했지만, 미국이 거절하니 우리도 핵 개발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슈미트도 그런 방식으로 핵 균형을 이뤘다”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윤 후보가 전술핵과 전략핵을 구분을 못 하고 있다”면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올라가는 것은 전술핵이 아닌 전략핵”이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윤 후보는 “미사일에 탑재하는 것은 전술핵”이라며 “규모가 큰 핵도 탑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윤 후보가 전날 외교·안보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국익 우선주의’가 자신이 한 이야기라면서 “고유의 생각이 아닌, 참모들이 만들어준 공약을 그대로 발표하니 문제”라고 일침을 놨다. 그러자 윤 후보는 “국익 우선주의라는 말도 특허가 있느냐”고 웃어넘겼다. 홍 후보는 다시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여야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짬뽕해놓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윤 후보의 공약 표절을 문제 삼은 건 홍 후보만이 아니었다. 원희룡 후보는 윤 후보에게 “(다른 후보의) 정책을 갖다 쓰는 것은 좋은데 그 때문에 별명이 하나 붙은 건 알고 계시느냐”며 ‘카피닌자’(상대방의 기술을 베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별명을 언급했다. 이 문제로 전날부터 윤 후보를 강하게 비판해온 유승민 후보는 “남의 공약을 좋다고 하면 베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공약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공세가 이어지자 “다른 후보들도 제 공약들을 갖다 쓰려면 쓰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윤 후보의 발언들도 이날 도마에 올랐다. 일주일 전 첫 TV토론회에서 홍 후보를 몰아붙였던 하태경 후보는 이날 윤 후보의 이른바 ‘마이너 매체’ 발언을 직격했다. 그는 “윤 후보가 가장 강조하는 가치가 공정과 상식인데, 그걸 허무는 발언이 꽤 많다”며 “덩치로 언론을 평가하는 잣대가 공정한 언론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유승민 후보는 윤 후보가 안동대에서 한 ‘인문학은 대학원까지 가서 공부할 필요 없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최재형 후보는 윤 후보의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 ‘적폐청산 수사’를 겨냥해 “많은 사람에게 한을 품게 한 윤 후보가 과연 통합과 치유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윤 후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영에 관계없이 이쪽이든 저쪽이든 똑같이 (수사) 했다”며 “원칙과 가치 없는 통합은 일시적 야합”이라고 반박했다. 최 후보는 홍 후보에게는 “말하는 걸 보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조금 지나친, 법의 범위를 넘는 말들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이 후보와 저는 기본적으로 틀리다. 거긴 포퓰리스트고, 저는 그런 공약은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히려 이 후보가 나오면 저처럼 파이터가 싸워주는 것이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유 후보는 홍 후보로부터 ‘배신자 프레임을 안고 나가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홍 후보처럼 말을 바꾸는 분이 어떻게 보면 진정한 배신자”라며 “제가 배신자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 충신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하 후보는 홍 후보의 ‘검찰 수사권 박탈’ 공약을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똑같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홍 후보는 “자꾸 ‘조국 프레임’에 가두려고 하는데 조국을 가장 경멸하는 사람 중 하나가 저다. 이미 ‘사내새끼도 아니다’라는 망발까지 했다”고 맞섰다. 하 후보는 다시 “조국 프레임은 홍 후보가 ‘역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 파놓은 함정”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상수 후보는 전날 대장동에 직접 다녀왔다며 “이 지사는 부동산 마피아의 괴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차 TV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4·15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황교안 후보 역시 모두발언에서부터 “추석 민심은 대장동 게이트였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면 이 지사는 감옥에 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 후보는 이번 의혹을 지자체장이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는 내용의 영화 ‘아수라’에 빗대며 “불공정한 사기극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