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난 5월 출시한 휘파람은 가입비와 광고료가 없다. 배달수수료는 1.7%로, 12%의 수수료를 떼는 배달의민족 등 다른 대규모 민간 배달앱의 10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는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10%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달 기준 휘파람의 매출액은 4억1659만원. 가맹점(1153곳)당 월 36만원 수준이다. 하루 주문량은 1~2건에 불과하다.
#2.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전 달과 비교하면 1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 42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23개 자치단체에서 이용한다. 가맹점은 3만6500여곳, 이용회원은 45만명을 넘었다. 경기도 음식 배달앱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 ‘깻잎두마리치킨’과 진행한 할인 이벤트에선 행사 일주일 만에 쿠폰 1200개가 소진됐다. 행사 매출로만 3500만원을 거뒀다. 행사 전과 비교하면 약 9배 늘어난 거래액이다.
◆지자체 앞다퉈 ‘공공배달앱’ 내놔
코로나19로 외식이 힘들어지면서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은 폭주하듯 성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배달앱 시장 과점과 고액 수수료 등이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지방자치단체들은 공익성을 내세워 ‘공공배달앱’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2% 이하의 낮은 중개수수료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공공배달앱’은 민간배달앱과 무한경쟁에 나섰지만 갈 길은 멀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다수 공공배달앱의 지역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12곳에서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이다. 기초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광역·기초지자체 지정 공공배달앱은 30여개이다. 지자체와 앱 운영사가 협력해 공공배달앱을 개발·운영하는 ‘민관 협력‘, 지자체가 다수 앱을 공공배달앱으로 지정하거나 다수 운영사가 앱에 참여하는 ‘개방형’ 등의 방식이다. 중개수수료는 0∼2%로 기존 배달앱(6.8~12.5%)보다 저렴하다.
가장 먼저 공공배달앱을 운영하기 시작한 곳은 전북 군산시이다. 지난해 3월 1억5000만원을 들여 ‘배달의 명수’를 내놨다. 가입비와 이용수수료 등이 모두 무료다. 중개수수료는 군산시가 세비로 지원한다. 지난달 말 기준 배달의 명수 가맹점은 1298곳, 가입자는 13만여명이다. 지역 내 점포수(3000여곳), 인구(26만여명)를 감안하면 3곳 중 1곳이 가맹점으로, 시민 2명 중 1명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0일 운영을 시작한 대구시의 공공배달앱 ‘대구로’는 ‘흥행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운영 19일 만에 대구로의 앱 다운로드 건수는 10만건을 돌파했다. 8월 말 기준 가맹점은 5000곳, 앱 가입자는 4만3202명이다. 주문 건수는 4만8563건에 달했다. 대구로의 중개수수료는 2%, 카드결제수수료는 2.2%다. 대형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와 카드결제수수료(3.0~3.3%)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충북(샵나라), 충남 계룡시(소문난샵), 광주(위메프오)는 지난 7월, 경북(먹깨비)은 이달 운영을 시작했고, 부산시(동백통)는 이달 연제구 등에서 한 달간 시범운영을 한 뒤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구·군에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가맹점 수 미미…주문 하루 1∼2건 불과하기도
모든 공공배달앱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울산시가 민간 스타트업과 협력 방식으로 출시한 ‘울산페달’의 가맹점은 2500곳(8월 말 기준). 누적 주문 건수는 3만5200건이다. 출시 후 5개월이 넘는 기간 가맹점 1곳당 14건 정도 주문이 있었던 셈이다. 울산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지역화폐인 울산페이로 결제하면 중개수수료가 없고,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하면 1%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돼 울산페달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실상은 일주일에 주문이 한두 건 있을까 말까다”며 “이왕 앱을 만든 만큼 시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용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가 지난해 1월 출시한 ‘배달서구’는 중개수수료가 ‘0원’이다. 현재 지역의 배달 가능 업체 5508곳 중 2323곳(42.1%)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지난 7월 주문 건수는 6만5440건, 결제액은 15억7850여만원이다. 업체 한 곳당 평균 28건을 주문받았다. 충북도가 한국외식업중앙회 충북지회와 손잡고 지난해 9월 내놓은 ‘먹깨비’는 8월 말 기준 가맹점은 7900곳, 가입자는 12만1000명이다. 1년여 동안 누적 주문 건수는 40여만건이다. 가맹점 한 곳당 한 해 평균 50.6건, 한 달 평균 14건 정도의 주문을 받았다. 코로나19로 배달 주문이 늘었는데도 공공배달앱을 통한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1건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더욱이 이들 지자체는 중개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아 배달앱 운영비로 올해만 각각 4억9000만원과 2억5000만원의 세비를 편성했다.
공공배달앱을 통한 주문건수가 적은 까닭은 민간배달앱보다 가맹점이 적고 앱 자체의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 등이 꼽힌다. 홍보가 부족해 공공배달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맹점주 역시 비싼 수수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이 많은 기존 배달앱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공공배달앱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가맹점 수를 늘리고, 소비자의 욕구를 발빠르게 파악해 충족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시지회 관계자는 “규모에 차이가 있고, 이미 시장을 선점한 대형 민간배달앱과 길어야 출시 1년이 안 되는 공공배달앱을 단순 비교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며 “공공배달앱을 활성화하려면 가맹점 수와 소비자 수의 균형을 맞춰서 함께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문 단계 클릭 수부터 줄여야 외면 안받아”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해야 합니다.”
이채호(사진)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26일 ‘공공배달앱’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편의성’을 꼽았다. 취지가 좋더라도 사용이 불편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민간 배달앱에서 3∼4번의 클릭으로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데, 공공배달앱에서 6∼7번 이상 많은 클릭을 해야 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떠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민간 배달앱은 오랜 기간 고객의 욕구를 파악했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욕구에 따라 유연하게 앱을 사용하기 편하게 변경해 왔다”며 “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경험이 매끄럽도록 해야 한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위탁업체를 선정하거나 전문가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등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등 대형 민간 배달앱의 시장 비중은 9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공공배달앱이 경쟁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교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긴 하지만 독과점 문제, 과한 수수료에 대한 불만 등 소비자들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며 “초기에 얼마만큼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는가가 관건인데, 2% 이하의 중개수수료 등 많은 가맹점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무작정 가맹점주를 늘리기보다는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유명한 스타음식점, 핫플레이스와 같은 곳을 위주로 먼저 들여오는 것이 앱을 사용하는 가맹점과 소비자를 늘리는 한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전국을 상대하는 대기업보다 동네를 잘 아는 ‘지역전문가’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며 “지역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사용빈도를 올리는 것도 앱 활용빈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공공 앱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지속성도 담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배달앱은 단기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며 “지자체장이 바뀌더라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잘했을 때 확실히 평가해 주는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