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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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대장동의 진실’과 프레임 전쟁

도박판 같은 개발사업 누가 만들었나
누가 ‘몸통’인지 특검으로 밝혀야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파문 말이다. 등장인물이 하나둘 추가되더니 말단 직원이라던 곽상도 의원 아들이 50억원 퇴직금을 받았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경영업무, 보상업무 지원을 주로 했다는데 ‘산재위로금’이라 해도 7년 근무 경력의 사회초년생에 그 정도 돈을 주는 건 비상식적이다. 곽 의원 역할이 궁금할 뿐이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화천대유, 천화동인 대주주들과 얽히고설킨 법조 인맥도 마찬가지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좋아하던 형님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억대 고문료를 챙겼다. 실제 대가가 있었는지, 다른 이권이 오갔는지는 수사에서 밝힐 사안이다.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이라고 했다. 민간에 돌아갈 이익을 부분공영개발 방식으로 5500억원대 환수했다는 주장이다. 5500억원에 아직 착수도 안 된 공원조성비나 터널공사비 등이 포함됐다는 건 논외로 치자. 국민들이 공분하는 지점은 어떻게 지분 1%의 화천대유가 투자금의 1000배가 넘는 배당, 분양수익을 챙길 수 있었느냐다. 앞으로 추가로 얻을 이익도 수천억원대라고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의아해하는 계약을 한 당사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다. ‘짜고 친 고스톱’인지 따지는 게 당연하다. 개발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과도한 민간 배당에 반대한 실무자들을 통째로 들어냈다는 폭로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냥 판만 깔아준 것 같지는 않다.

황정미 편집인

대선 국면에 터진 비리 의혹은 나름의 공식대로 흘러간다. 당사자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상대편의 네거티브 전략으로 맞대응한다. 프레임 전쟁이다.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 현수막을 걸었던 국민의힘은 ‘이재명 몸통론’을 부채질한다. 이 지사와 여당은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파문에 힘입어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아붙인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는 국민의힘과 이들과 결탁한 토건세력의 소유”라고 했다. 그렇다면 토건세력 배만 불린 계약의 전말, 투기판을 기획·실행한 세력의 로비 의혹과 뒷배를 봐주고 대가를 챙긴 이들의 실체부터 파헤치는 게 순서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타깃으로 삼을 일은 더욱 아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선거에서 손을 떼라”더니 관련 기사를 쓴 기자, 기사에 등장한 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익명의 제보를 근거로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경제신문에 대해서도 화천대유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지사가 “국민들이 거대한 금액의 불로소득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 또는 억울함을 느끼실 수 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건 의혹이 불거진 지 10여일 후다. 추적보도들이 쏟아진 결과다. 그나마 사업을 최종 결정했던 책임자로서가 아니라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내놓은 반쪽짜리다.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에 휘둘려 실체적 진실은 뒷전으로 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김대업의 이회창 아들 병역비리 의혹 사건이 그랬고, 이명박의 BBK 사건이 그랬다. 당시 권력 눈치를 보고 입김에 흔들렸던 수사기관은 지금도 불신의 대상이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정치권의 프레임에 재단돼 누더기가 될 공산이 크다. 특검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역대 대선에 비해 진영 논리는 더 극심해졌다. 근거 없이 ‘이재명 몸통’을 외치는 야당이나 ‘국민의힘 도적떼’를 외치는 여당이나 진실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어차피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니 진실은 관심 밖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국민들은 알아야겠다. 특정세력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누가 만들었고 뒤에 숨어 이득을 챙긴 이들이 누군지. 분통을 터뜨리는 원주민과 입주민들, 내집 마련을 위해 ‘영끌’ 대출 대열에 서 있는 수많은 이들의 상실감을 생각해서도 그렇다. ‘이재명표 공공개발이익환수제’를 자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황정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