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여야, 언론중재법 합의 불발…키 쥔 박병석 의장은 부정적

여야, 릴레이 회동 속 대치 계속

朴의장, 이틀간 중재 시도 불발
징벌적 손배 등 입장차 못 좁혀

송영길 “野, 상당히 성의 부족”
與 단독 자체 수정안 제출 의지
野 “국제적 위상 무너뜨려” 질타
박병석 국회의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 논의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담판 지을 릴레이 회동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는 미룰 순 없다”며 단독 수정안을 마련해 29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것을 시사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없는 본회의 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28일) 본회의에 언론중재법이 상정되는 것은 어렵겠다”며 “내용에 대한 합의도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가진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수정안 도출에 실패한 뒤 나왔다. 회동 직후 윤 원내대표는 ‘29일 오전에 마지막 담판을 짓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보시면 되겠다”며 여지를 뒀지만, 사실상 협상은 끝났다고 내다본 것이다.

여야는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수정안을 마련해 전날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11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평행선을 달렸다. 박 의장은 본회의를 이날로 미루고 직접 5차례에 걸친 원내 회동을 열어 이틀간 중재를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에 ‘발목 잡기’ 프레임을 씌웠다. 송영길 대표는 “야당은 자기들이 가져온 안(案)조차도 (내부) 설득을 못 하고 있다”며 “상당히 성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아이를 살리려는 어머니의 지혜를 발휘해보자 해서 ‘도저히 양보하기 어려운 안’까지도 제시해봤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언론중재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열거하며 “이미 ‘언론재갈법’은 국경을 초월한 국제문제로 비화했다. 민주당은 어렵게 쌓은 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무너뜨리고 역사에 죄를 짓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언론중재법에서 여야가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는 핵심 조항은 징벌적 손해배상과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등이다. 당초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기존 ‘최대 5배’에서 ‘5000만원 또는 손배액의 3배 이내’로 낮췄지만, 국민의힘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침해 요소가 있어 완전한 삭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사열람차단청구권도 민주당은 유지를, 국민의힘은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앞선 8인 협의체에 속했던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민주당의 결단만 남았다”며 독소조항 폐지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국민을 위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오늘(28일) 협의가 최종 결렬된 것은 아니다”라며 “(법안 보류와 강행 처리 중) 어느 쪽으로 갈지는 결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29일 본회의 처리 전망은 엇갈린다. 송 대표는 “그동안 제기된 문제의식을 반영해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윤 원내대표는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올릴 가능성은 없다”며 민주당 단독 수정안을 제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본회의 안건 상정 권한을 가진 박 의장이 그간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내걸어온 만큼, 추가 협상을 위해 상정이 불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안 된 수정안이 올라온다면 박 의장도 상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