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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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王’자 논쟁 여진…윤석열 측 “손가락만 씻는다”

해프닝 강조 속 캠프 대응 ‘미숙’
홍준표 “거짓말 해명 어이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MBN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가 촉발한 정치권 ‘주술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은 4일 라디오방송 등에 출연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무속인 개입설’을 일축했지만, 오히려 부적절한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윤 후보 캠프 김용남 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윤 후보에게 ‘무속신앙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야권 대선 주자들을 향해 “해프닝인데, 완전히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계속하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저희는 왕×× 라면도 안 먹을 것이고, 배에도 ‘王’자를 안 새기겠다”며 “주술적인 얘기를 자꾸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쪽 계통 사람이 적어줬다면 까만 매직으로 안 쓴다”고 해명했다. ‘웬만하면 손 소독제에 지워질 텐데, 윤 후보는 손을 씻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이날 “(언론이) 대장동 의혹과 ‘王’자를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려는 걸 보며 (윤 후보에게) 쉽지 않은 언론환경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비판의 화살을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윤 후보 캠프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오히려 윤 후보를 치켜세웠다. 김 실장은 “동네에 열성 지지하는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그런 분들이 부모의 마음으로 파이팅하라고 (손에 ‘王’자를) 써준 건데 그런 격려를 어떻게 뿌리치겠느냐”며 “보통의 정치인 중 특권층 의식이 강한 사람은 상인들 악수하고도 바로 화장실 가서 씻는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의 다른 경선 후보들은 적절치 않은 해명이라며 날을 세웠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경남도당을 방문해 “(윤 후보) 캠프 대변인이 나와서 하는 말이 그 후보는 손을 씻을 때 손가락만 씻는다고 한다”며 “잘못했으면 양해를 구해야지 거짓말하면 안 되는데 참 어이가 없으며 대선판을 코미디 대행진으로 만들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유승민 후보 캠프 권성주 대변인도 “‘주(呪)술’에 취한 것인지 ‘주(晝)술’에 취한 것인지,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거짓말과 말장난으로 대하는 윤석열 캠프는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윤 후보 캠프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윤 후보 캠프의 대변인들이 한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아직 ‘팀 빌딩’이 안 된 것 아닌가 생각했다”면서도 “(무속인 개입설을) 지적하는 후보들도 과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소강기를 가지고 정책과 비전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경선을 하라고 강하게 권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 측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을 싸잡아 ‘주술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조정식 의원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 경선에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비전은 실종되고, 주술선거 논쟁이 한창”이라며 “국민의 삶은 없는 국민의힘 경선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