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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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엄중한 안보 정세, 편벽한 대선주자

北, 미사일 도발 후 통신선 복원
임기 말 文정부, 종전선언 추진
美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 중요”
차기정부 대처 역량 우려 제기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한은 쉼 없이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책략을 쓰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 등에서 ‘새로운 노선’을 공언한 데 이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외전략을 새로 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월에만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잇달아 시험발사하면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까지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로 새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의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철회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가 연설에서 밝힌 대로 어제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했지만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 해결을 숙제로 내밀었다. 김 위원장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을 겨냥해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미국 대신 남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통남봉미(通南封美) 전술로 한·미 간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담겼다.

박완규 논설위원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 추진에 매달리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 자위권 차원의 행동을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고 하자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외교 수장은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대북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쏟아낸다. 백악관은 “우리는 북한과 논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지만 지금까지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국무부는 “국제사회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유엔과 북한의 이웃나라들과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먼저 대화에 응해야 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한·미동맹 갈라치기 전술이 먹혀드는 모양새다.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되면 한·미 간 불협화음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중 신냉전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도 가시밭길을 예고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우방국에 자기 편에 줄 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지난달 영국·호주와 함께 중국을 겨냥한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고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 외교 고립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면면을 보면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 식견을 지닌 이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TV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은 제일 먼저 뭘 해야 하나”라고 묻자 윤석열 후보가 “한·미 연합 작전을 해야 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다”고 답했다. 질문도 대답도 부적절했다. 여당 후보들이라고 해서 그다지 나을 게 없다. 이래서야 차기 정부가 외교안보 현안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좀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선주자들에게 한반도 정세에 대한 통찰력까지 기대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식견조차 갖추지 못했다면 우리의 안보는 어찌 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대선주자들이 북핵문제, 한·미동맹의 미래와 미·중 갈등 대처 방안 등에 대한 견해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혀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줘야 한다.

“군자는 두루 통하여 편벽되지 않으나, 소인은 편벽하여 두루 통하지 못하느니.”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대선주자들이 이제라도 되새겨야 할 말이다. 네거티브 전략으로 표심을 끌어모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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