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국가채권 소멸시효 관리 부실로 지난 4년간 매해 조 단위의 나랏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4일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채권 회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가채권은 국가가 금전을 지급받을 권리로서 국세 및 관세, 법정부담금 등이 이에 속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국가가 채권 회수에 5년이 되도록 나서지 않을 경우 그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본다. 해당 채권은 ‘불납결손’, 즉 국고 손실로 직결된다. 시효 완성에 따른 연도별 국가채권 불납결손 현황을 보면, 2016년 2010억9000만원 수준이던 결손액이 2017년 1조2361억2000만원으로 갑자기 6배가량 뛰었다. 이어 2018년(1조1227억원)과 2019년(1조479억원) 각각 1조원대 국고 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엔 2조3729억원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이 같은 국고 손실은 기재부가 채권 회수 노력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각 중앙 부처의 채권 회수 작업을 총괄 관리하는 것은 기재부의 몫이다. 기재부는 2016년 이후 5년간 각 부처에 대한 ‘국가채권관리 성과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기재부가 성과평가에서 손을 뗀 시점과 맞물려 시효 완성에 따른 불납결손액이 조 단위로 폭증한 것이다.
감사원도 지난 5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13개 중앙 부처 중 고용노동부와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등 5곳의 체납자 재산조사 실시 비율이 50% 이하”라고 기재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연체채권의 보전과 회수를 위해 각 중앙관서의 채권관리관이 체납자 재산조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라”고 질책성 권고를 내렸다. 아울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채권 회수 노력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기재부는 “향후 가급적 회수 가능성이 높은 연체 초기에 회수 위탁하도록 각 부처에 권고하고, 캠코로부터 재산조회 결과를 통보받은 후 압류 등 후속조치가 적절히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등 회수위탁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구년 기재부 국고과장은 “성과평가를 매년 하는 것에 대해 부처들이 부담을 느껴 중단했으나 국가채권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 5개 부처 6개 기금·회계를 대상으로 이미 성과평가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는 순차적으로 모든 기금·회계에 대해 일정 기간마다 성과평가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호 의원은 “기재부 장관은 국가채권관리법이 규정한 대로 국가채권관리를 적정하게 수행하고 국고 손실을 막기 위해 정기적인 채권관리 성과평가를 하고, 모든 연체채권에 대한 체납자 재산조사가 의무적으로 실시되도록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