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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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내느니 자식 준다”… 아파트 증여 비중 역대 최고치

1∼8월 5만8298건… 전체거래의 6.8%
집값 상승 기대감·세 부담 강화 영향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주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날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적인 아파트 증여 건수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다주택자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자 보유나 양도보다는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증여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거래 절벽을 맞은 아파트 매매시장의 분위기와 달리 아파트 증여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 부담이 강화되면서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한 비율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일자 기준)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5만8298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전체 거래(매매·증여·판결·교환·분양권 전매·기타 소유권 이전 등) 건수(85만3432건)의 6.8%에 해당하는 수치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었다. 전체 거래 건수 7만4205건 중 증여가 1만355건으로 13.9%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4년 새 3.6배로 올랐다. 2017년 3.9%, 2018년 9.5%, 지난해 12.2%를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중에서도 집값이 비싼 강남권에서 증여를 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올해(1∼8월) 서울의 자치구별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동구(28.5%)였으며 송파구(27.1%), 강남구(20.9%), 양천구(16.0%) 등이 뒤를 이었다.

아파트 증여가 꾸준히 늘어난 것은 집값 상승세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자, 일찌감치 자녀 등에게 주택을 물려주기로 결정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최고 세율은 기존 3.2%에서 6.0%로 뛰었고, 양도소득세 최고 기본세율도 기존 42.0%에서 45.0%로 올랐다. 보유세에 부담을 느껴 집을 팔려고 해도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을 양도세로 내야 하니, 차라리 증여를 택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증여 취득세율 강화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전국적으로 아파트 증여 열풍이 불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 후속조치로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증여하는 경우 취득세율을 최대 12.0%(기존 3.5%)까지 높이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개정안이 처리된 한 달 뒤 시점(8월11일)까지 세금 중과를 피하기 위한 아파트 증여가 일시에 몰리면서 지난해 아파트 증여 건수는 전국 9만1866건, 서울 2만3675건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각종 세제 강화 조치로 다주택자의 매물을 내놓게 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인데 양도세는 워낙 크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를 하거나 앞당겨서 증여하는 것”이라며 “시장을 힘으로 누르려고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양도세를 인하하는 게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현재 다주택자의 양도세율(16∼75%)보다 증여세율(10∼50%)이 낮은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는 아파트를 팔 때보다 증여할 때 세금이 더 적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한 상가 부동산 밀집 지역에 반전세 등 정보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서울 평균 아파트값 12억 눈앞… 2021년만 1.5억 ↑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 돌파를 목전에 뒀다. 올해에만 1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서울 집값 급등으로 수도권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옮겨가면서 경기·인천의 아파트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978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상승세를 고려하면 이달 중 12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4월(11억1123만원) 처음 11억원대에 진입한 서울 아파트값이 6개월 만에 12억원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10억4299만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1억50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달 한강 이북 강북권 14개구의 평균 아파트값은 9억5944만원, 한강 이남 강남권 11개구 평균 아파트값은 14억2980만원이었다.

 

경기·인천 등 다른 수도권의 아파트값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지역 아파트값은 5억8242만원으로 전달 대비 2292만원 올랐다. 인천은 지난달 평균 아파트값이 4억1376만원으로 처음 4억원대에 진입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5억3624만원으로, 전달 대비 1302만원 상승했다.

 

전셋값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365만원으로 전달 대비 1020만원 올랐다.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3월(6억652만원) 6억원대에 처음 진입한 이후 6개월 만에 6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서울 강북권은 5억3496만원, 강남권은 7억5848만원을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5083만원으로 처음 4억5000만원을 넘겼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매매·전세 모두 공급과 매물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 상승장이 당분간 꺾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