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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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동규, 대장동 사업 공개 넉달 전 부동산 개발社 차렸다

새롭게 드러난 柳 ‘숨은 경력’

자본금 5000만원 ‘유앤코컨설팅’ 설립
법인 등기에는 ‘부동산·유통·도소매업’
전문가 “규제 피하려고 일반법인 등록”

조합장 입후보·도개공 입사 때 미기재
애초부터 대장동 개발 노렸을 가능성
건축사무소 근무 등 허위·과장 지적도
2019년 3월6일 당시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경기도청 구관 2층 브리핑룸에서 ‘임진각∼판문점 간 평화 모노레일 설치 추진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수감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03년 말 부동산 개발업체를 설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이 리모델링 조합장을 지냈던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부동산 개발업체를 차린 사실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부동산 회사를 설립한 시점이 2004년 대장동 개발계획이 공개되기 불과 4개월 전이란 점에서 그가 대장동 사업에 진작부터 눈독을 들인 정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유 전 본부장은 2003년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유앤코컨설팅’을 설립했다. 이 업체는 법인등기에서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업, 유통업, 도소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명시했다. 유 전 본부장이 부동산 개발업체를 설립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2008년 경기 분당의 한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에 입후보할 때는 물론 2010년 성남시시설관리공단(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선임될 때에도 유 전 본부장은 이력서에 해당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당시 시의회가 유 전 본부장의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질타했음에도 부동산 개발업체 설립 경력을 숨긴 것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성남시가 2004년 4월 처음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이 포함된 ‘2020 도시기본계획’을 공개했던 점을 고려하면 유 전 본부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부동산 개발업체를 설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도시기본계획이 공개된 다음 날인 2004년 4월13일 유앤코컨설팅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다시 감사직에 취임하는 비정상적인 행보도 보였다. 2006년 6월 유 전 본부장이 회사를 떠난 뒤 해당 법인은 대부업체로 운영되다가 2019년 폐업했다.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동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이와 관련해 대한부동산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의 지휘 통제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이 아닌 일반 법인으로 등록한 뒤 정관에 다양한 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이 주도세력이 되는 것보다 뒤에서 컨트롤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앤코’라는 사명으로 미뤄볼 때 서류상에 나타나지 않은 공동 창업자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전 본부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유원홀딩스’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사명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배당받은 이익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공사에 들어오기 전 다른 경력들에도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대부분의 경력이 허위이거나 과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측에 제출한 이력서에 1999년 10월부터 2003년 8월까지 IT업체인 N사에 재직했다고 기재했으나 N사는 2000년 6월 설립됐다. 유 전 본부장은 취임 후 2주가량 지나서 뒤늦게 N사에서 ‘근무사실확인서’를 발급받아 성남시 측에 제출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A건축설계 사무소에서 3년간 근무했다는 경력도 허위 의혹이 제기됐다. 2개월 가까이 운전기사로 근무한 것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성남시의회에 출석해 “(A건축설계 사무소에 근무한 기간이) 만 3년 정도 된다”고 답변했다. 2008년 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장 신분으로 이뤄진 부동산 정보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유 전 본부장은 “본업은 따로 있다. 건축설계회사에서 근무한다”며 관련 경력을 내세웠다. A사무소 대표 김모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불명확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권 경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08년 무렵 이 지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하자 지지 선언을 했고, 당선 뒤에는 인수위원회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맡았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