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는 전 세계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흥행을 거두며 수익 배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액 지불하는 대신 흥행에 따른 수익도 대부분 가져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갖는’ 식의 콘텐츠 종속화 우려가 나온다. ‘킹덤’, ‘디피(D.P.)’, ‘오징어 게임’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수익은 정말 넷플릭스가 독식하고 있을까. 한국은 ‘오징어 게임’ 잔치의 들러리일 뿐인 걸까.
◆‘불공정 수익배분’, ‘국내 제작사 하청업체 전락’ 비판 목소리
넷플릭스는 사전제작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독점적 권한을 갖는다.
콘텐츠 상표권도 통상 제작사가 갖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넷플릭스만 출원 주체로 등록돼 모든 권한을 넷플릭스가 갖는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권한도 지난해 이미 넷플릭스의 것으로 등록됐다. 7일 특허청 키프리스 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오징어 게임이라는 상표를 출원해 지난해 10월 등록을 허가받았다.
이 같은 계약구조로 제작비가 많이 필요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외면받던 콘텐츠도 안정적으로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장점은 있지만 작품이 아무리 흥행해도 한국 제작사 및 제작진은 인센티브를 거의 받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최근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줄줄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흥행 이익은 누리지 못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리면서 넷플릭스를 향한 비판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넷플릭스의 수익 배분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110% 정도만 지급한다”며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수익 배분은 240억원 정도로 합리적 배분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넷플릭스 측에 “콘텐츠 제작사는 아무리 유명한 드라마를 만들어도 일정 수익 이상을 거둘 수 없다”며 “외주 제작자와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 계약서를 작성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관계자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부분은 계약서에 포괄적으로 포함된다”며 “계약내용은 영업기밀로 제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제작비 규모 키우고 리스크는 던다”… 업계선 긍정 효과 높이 사
정작 업계 반응은 좀 다르다. 콘텐츠 종속이나 시장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지만, 콘텐츠 제작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경험이 있는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계약구조는 이례적이긴 하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제작사도 손해 보는 계약이면 안 한다. 흥행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충분한 마진을 얻을 수 있도록 제작비를 높게 부르고 실패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돼 업계의 제작진과 제작사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시장에서는 제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을 제작하며 국내 제작진과 제작사의 역량이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며 “흥행작 이후 다음 계약들에서 같은 규모의 드라마라도 제작비를 더 비싸게 부를 수 있는 등 ‘협상력 증대 효과’와 개별 단가 상승도 매년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에 흥행으로 인한 제작사의 추가 이익도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몸값이 올라가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이나 킹덤처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기반의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잘 팔리면서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해외 OTT들도 더 비싼 값에 다른 한국 콘텐츠들을 사가고 새 작품 제작비도 더 넉넉하게 쳐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작품의 흥행이 콘텐츠값 상승을 부르고 그게 또 콘텐츠 퀄리티 개선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콘텐츠가 가치에 맞는 정당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 알려지고 유행하게 된 건 장점이지만 인기를 끄는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제작비뿐 아니라 합당한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