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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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백신 미접종자 페널티 논쟁 유감

“코로나19에 감염된 백신 미접종자는 치료비를 자부담하면 안 되나요? 백신 안 맞는 자유를 주장하는데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져야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 페널티 부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자유(백신 미접종)에는 책임(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이 따르는 법”이라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배소영 사회2부 기자

기자도 수초간 고민을 하다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백신 접종에 대한 개인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공동체 일원으로서 집단감염 등의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요즘 지인들과 만나면 종종 코로나19 백신에 따른 페널티를 화제에 올린다. 일각에서 인센티브로 언급한 ‘백신패스’에 찬성하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백신 접종자였다. ‘백신패스’는 백신 접종 완료자의 다중이용시설 출입 제한을 완화하고,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미접종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백신패스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듯하다. 2년 가까이 계속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소상공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4차 대유행 이후 확진자의 85%가량이 ‘미접종자’라는 분석이 미접종자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식당을 하는 한 친척은 “당국이 툭 하면 영업금지나 제한조치를 내리는데 그 대신 미접종자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백신패스를 시행 중인 미국과 유럽 사례도 미접종자를 향한 일각의 마뜩잖은 시선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백신 미접종자가 식당이나 술집,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 혹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매번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 미국과 독일 역시 프랑스와 페널티 항목과 수준이 다를 뿐 미접종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백신패스 논란 이면에 전대미문의 감염병을 놓고 우리 사회가 백신 미접종자라는 희생양을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미접종자 모두가 사회적 책임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은 백신을 맞고 싶어도 부작용이 우려돼 접종할 수 없다. 온라인 등에서는 “백신 페널티는 사회 분열과 인간의 기본권 침해”, “안전성이 완전히 증명된 이후 페널티를 도입하는 게 맞다” 등의 의견이 상당하다. 이들처럼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효과보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회 구성원들도 많다.

이럴수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백신의 효과성과 접종의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자료들을 내놔야 할 것이다. 백신에 관한 정보와 최고 전문성은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최고 백신은 시민들’이라는 뻔한 말 이외에 실체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을 만한 설득력 있는 자료부터 내놓는다면 ‘포스트 코로나’가 조금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싶다.


배소영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