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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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아프간 호텔 자국민에 대피령

탈레반, 재집권 뒤 美와 첫 회담
탈레반 “美의 인도적 지원 받기로”
美 대표단 “탈레반 행동 따라 판단”
아프가니스탄에서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탈레반.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호텔에 머물지 말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앞서 9~10일(현지시간) 열린 탈레반과 미국 고위급 대표단 간 회담은 긍정적이었으나 이와 별개로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 내 테러 위협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1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안전상의 위험”을 언급하며 “아프간 카불의 세레나호텔이나 그 근처에 있는 미국 국민은 즉시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외무부도 기존의 아프간 여행 금지령을 보완하며 “테러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특히 카불에 있는 호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아프간의 테러 공격 위협은 지속적”이라며 “공항 주변에서 테러 공격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미·영 당국이 지목한 세레나호텔은 카불에서 제일 유명한 특급호텔이다. 탈레반이 재집권하기 전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호텔이었으나 동시에 이 같은 이유로 테러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카불 내 테러는 8월 말 공항 인근 테러부터 최근 모스크에서 발생한 테러까지 계속됐다.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이들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있다.

이처럼 테러 위협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탈레반은 미국 고위급 대표와 첫 대면 회담에서 모종의 성과를 얻어냈다. 9~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틀간 열린 회담 결과 탈레반은 “미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아프간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양측은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 직접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논의했다”며 “동시에 미국 대표단은 안보와 안전, 아프간 사회의 여성 인권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탈레반을 “솔직하고 전문적이었다”고 평가하며 “(향후) 그들의 말뿐 아니라 행동에 근거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