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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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료진 확진 석달 새 2배로… 위드코로나 최일선 ‘위태위태’

의료인력 감염관리 강화 시급

7월 977명이던 누적 확진자 수
4차 대유행 이후 1861명 달해
의료진 절반 “근무환경 감염취약”

위드코로나로 확진자 증가 전망
감염 확산 땐 의료공백 악순환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기준으로 국내 의료인력 누적 확진자 수가 3개월 전보다 두 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석달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의사·간호사 수가 지난 1년6개월 동안 발생한 확진자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다음 달 ‘위드(with) 코로나’ 전환을 준비 중인 만큼 의료인력의 감염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실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받은 ‘의료인력 코로나19 감염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6일 0시 기준 977명이던 의료인력(의사·간호사·치과의사·한의사) 누적 확진자 수는 이달 5일 0시 기준 1861명으로 884명(90.5%) 늘었다. 지난해 1월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약 1년9개월 간 발생한 의료인력 확진자의 절반가량(47.5%)이 최근 3개월 동안 확진된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의료진의 확진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이 적은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누적 확진자 수가 3개월 전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치과의사 13%, 한의사 12%), 의사는 같은 기간 누적 확진자 수가 213명에서 550명으로 두 배 이상(158%) 늘어났다. 간호사도 같은 기간 685명에서 1222명으로 78.4% 증가했다.

 

최근 서울과 인천, 강원 등 전국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의료진 감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일찌감치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등 확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병원 내 근무환경이 감염 위험으로부터 취약하다는 인식도 높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과 지난해 6월 발표한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의료인력의 50.1%는 자신이 일하는 공간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일반인 응답(12.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정부는 다음 달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 전환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의료인력 감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도 의료계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데, 향후 방역을 완화하면 확진자 수가 늘면서 중환자 수도 증가해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진은 병동 단위로 조직적인 생활을 해 확진자 발생 시 연쇄적인 자가격리 및 병동 폐쇄 등에 따른 파급력도 크다. 코로나19 병동 간호사 A씨는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힘든데 환자가 더 늘어나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늘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감염 확산 서울 대형 재래시장발 감염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11일 강서구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시장 상인 등 종사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력이 확진되면 이들과 접촉한 다른 직원이 격리돼 병동 폐쇄로 이어질 수 있고, 주변 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권역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이나 준비 없이 위드 코로나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별 예산 등을 편성해 병원이 정규직 형태의 의료 인력을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확진까지 증가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 신호”라며 “코로나19 방역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의료인력의 감염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