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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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품도, 실탄도 없는 F-35A, 첨단무기라 할 수 있나

한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 F-35A.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35A 스텔스 전투기 신세가 처량하다. F-35A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적진 깊숙이 은밀하게 숨어들어가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2019년 12월 전력화 행사를 치른 최신 기종으로 현재 30여대가 운용 중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F-35A에서 이뤄진 ‘동류전용’(항공기 부품이 없을 때 다른 항공기에서 부품을 빼내 정비하는 것) 사례가 109건에 달했다. 수십 년간 운용돼 노후화한 F-5E/F 전투기(13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실전배치된 지 2년 남짓인 F-35A가 부품 돌려막기에 나섰다니 말문이 막힌다.

F-35A는 또 기관포 실탄도 없이 비행 중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15년 12월 미군과 F-35A 25㎜ 기관포 탄약 구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실탄이 아닌 교육·훈련용 탄약(교탄)만 계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탄은 실탄에 비해 파괴력과 살상력이 떨어진다. F-35A가 공중전 위주 전투기가 아니라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심각한 전력 누수다. 부품도, 실탄도 없는 F-35A를 첨단무기라 할 수 있는가.

미국서 들여온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도 지난해 2대가 고장 나서 같은 기간 24건의 부품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2월 1호기가 도입된 뒤 모두 4대가 운용 중인 글로벌호크는 우리 군 감시정찰 분야 핵심 자산이다. 이게 선진정예공군을 외치는 우리 공군의 현주소인지 묻고 싶다.

항공기 부품 돌려막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부품 돌려막기가 횡행했다. 정비 예산 부족인 경우가 많았다.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 난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을 경우 전투력 유지 차원에서 더러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들여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F-35A와 글로벌호크 등 첨단무기에서 이런 행태가 잦다는 점이다. 첨단무기 도입 단계에서 군수지원체계와 운용유지 부분 등을 세밀히 따졌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더구나 최근 북한은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무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 않은가.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군의 도발에 대응할 첨단무기의 부품 확보 대책 수립이 급선무다. 이러고도 군이 북한에 맞서 영공방어를 자신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