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2030’이란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하면서 원자력 발전과 수소 발전을 에너지 분야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소형 모듈화 원자로(SMR), 전기자동차, 친환경 항공기 등에 5년간 300억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2030년 이전에 핵폐기물 관리를 개선하고, 혁신적인 SMR를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마크롱의 선언은 유럽 최대 원전 대국으로 점진적인 탈원전을 추진해 온 프랑스의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올해 유럽 해안 일대의 바람 양 축소로 풍력발전이 예년보다 크게 줄면서 유럽 각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기존보다 10∼40% 이상 치솟았다. 영국은 석유·가스값 급등으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발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각각 에너지 대란을 맞고 있다. EU의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는 9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에너지 공급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원전 필요성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프랑스로선 원전 선택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프랑스와 핀란드, 체코 등 유럽 10개국의 경제·에너지장관 16명이 11일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유력 신문들에 게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들은 “원전은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최상의 무기”라며 “올해 말까지 EU의 친환경 에너지 분류 목록에 원전을 포함시키자”고 촉구했다. 기고와 같은 내용의 서한도 작성해 EU 집행위원회에 보냈다. 전 세계 공급망 대란, 유가상승 등으로 에너지 수급 우려가 고조되자 원전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적 인식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유럽뿐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도 속속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중국은 ‘원전 굴기’를 선언했다. 탈원전을 외치던 국가들이 원전으로 회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원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도 한국만 유독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원자력 비중을 크게 줄이고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문재인정부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나 이념이 아니라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설] ‘원전 회귀’ 선언한 佛 마크롱, 탈원전 고집하는 文정부
기사입력 2021-10-14 23:39:30
기사수정 2021-10-14 23: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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