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배사를 광화문글판으로 합니다. 시를 읊으니 확실히 차별화가 되죠.”
광화문글판 담당만 13년, 교보생명의 박치수(사진) 홍보담당 전무는 그동안 쓰인 글판 문안의 탄생 비화를 모두 아는 산증인이다. 2008년부터 1년에 네 차례, 매번 난산을 거쳐 탄생하는 문안 선정에 참여하다 보니 그의 일상과 글판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건배사는 물론이고, 시 한 편을 읽거나 음악 한 곡을 들어도 문안과 연결지어 생각한다.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만난 박 전무는 이날도 다음 편 광화문글판 회의를 하고 온 참이었다. 그는 광화문글판 문안의 조건에 대해 “쉽고 가독성 있으면서도 울림과 여운이 있어야 한다”며 “시선을 끌기 위해 서체 디자인, 미디어아트, QR코드 등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글판 선정위원회에는 시인, 소설가, 교수, 문학평론가, 언론인, 광고인 등 각 분야의 언어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가운데에서 박 전무는 간사이자 ‘대중’의 시각을 담당한다. 광화문글판의 정치적 이슈화 같은 리스크 관리를 하고, 비전문가 입장에서 문안의 대중성을 챙기는 것이다. 박 전무는 “광화문글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호응하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글판 선정위에서 간사를 맡는다고 하면 어딜 가든 크게 호응해 주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 전무가 가장 좋아하는 광화문글판 문안은 2012년 겨울편에 쓰인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이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였는데, 말맛도 있고 역동적이면서 모든 동물이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는 다양성과 화합의 메시지도 준다”며 “분열되고 양극화된 우리 사회에 경쾌하게 희망을 전한 것 같아 매우 좋았다”고 박 전무는 밝혔다.
이 문안이 광화문글판으로 걸리며 화제가 되자 반 시인의 절판됐던 책이 재출간되기도 했다. 광화문글판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년간 시민들이 가장 사랑했던 문안으로 선정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 역시 2012년 봄편 광화문글판으로 널리 알려지며 나 시인을 국민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박 전무는 “‘풀꽃’은 한 차례 문안선정 과정에서 예선 탈락했다가 그다음 해에 다시 추천돼 최종 선정이 된 사례”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건배사도 광화문글판으로… 시민들 호응 큰 감사” [S 스토리]
기사입력 2021-10-16 20:00:00
기사수정 2023-12-10 15:10:51
기사수정 2023-12-10 15:10:51
‘글판 산증인’ 박치수 교보생명 전무
가장 좋아하는 문안, 詩 ‘새해 첫 기적’
나태주 ‘풀꽃’ 탈락됐다 이듬해 선정
가장 좋아하는 문안, 詩 ‘새해 첫 기적’
나태주 ‘풀꽃’ 탈락됐다 이듬해 선정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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