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위법 의혹의 발단이 된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의 개발 방안을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3년 대장동 도시개발 계획 수립 당시부터 염두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013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출자하는 SPC를 지정하는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는 수기 문구가 담긴 결재 서류에 직접 서명했다.
17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성남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 서류에 서명했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 사업은 SPC 성남의뜰이 현재 주도하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모태가 된 계획으로 대장동에서 얻은 개발 이익으로 제1공단 부지에 녹지 공원 등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출자금 대비 수백에서 수천 배의 배당을 받아 논란이 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천화동인이 성남의뜰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성남시는 2014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제1공단 개발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으며 개발사업 추진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혹은 공사가 출자하는 SPC로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조건을 협약서에 명시했다. 이 후보는 앞서 2013년 3월 ‘대장동·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 문서를 결재했는데 문서의 표지에는 ‘사업시행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또는 공사가 출자하는 SPC를 지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는 문구가 수기로 작성됐다. 대장동·제1공단 결합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구역지정은 성남시가, 구역지정 이후 개발계획 수립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SPC 형태로 사업을 시행하는 골격이 2013년 3월의 최초 운영계획에 담겼던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 후보가 해당 메모를 작성했다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성남의뜰은 2015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성남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지 하루 만에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성남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갖는 지휘·감독 권한의 경우 협의 과정에서 계속 후퇴했다. 초안에서는 ‘대행업무의 처리가 부당하다고 인정될 때에 (성남시가)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위법하다고 인정돼 법원의 판결이 확정될 때 (성남시가)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 협약서에서는 성남시의 취소·정지 권한에 대한 내용이 빠졌으며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 (성남시가)위탁사무에 대해 지시하거나 조치 및 보고하게 할 수 있다’고만 적시됐다.
이 후보는 2015년 5월 대장동 원주민이 요청한 ‘환지방식’(땅을 땅으로 보상)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을 개인이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했다. 당초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지역 주민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서 환지방식을 검토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토지·빌라 소유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토지)수용 방식의 사업추진은 사업추진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시책 사항이다”며 거주기간·빌라 실거주 여부, 소유 기간 등을 철저히 조사해 보상·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후보는 이외에 2016년 1월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보고’ 등 2014∼2016년 사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문건 10개에 서명했다. 일부 공문에는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지시한 사안이라는 설명이 있거나, 민간이 수익을 지나치게 우선시하지 않도록 성남의뜰 출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성남시청 결재 라인이 화천대유 몰아주기에 대한 보고를 일일이 받았다면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의 과거 결재와 지시 내용에 대해 “기본 설계에 대한 시장 서명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성남시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결재”라고 해명했다. 이어 SPC 지정 조건으로 위·수탁 계약을 맺은 부분에 대해서는 “화천대유를 끌어오기 위함이 아니다. 민간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 SPC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