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가을하늘은 청명하고 드높다. 간간이 지나가던 구름이 햇살을 가렸다가 다시 쏟아지면 파란 가을하늘 눈부신 햇살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완연한 가을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먼 산의 초록빛이 서서히 붉은 빛을 띠어간다. 계절의 변화를 누가 막으랴. 무심코 지나가는 계절의 변화 이면에 인간의 지혜로는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한 질서가 흐른다.
식물의 엽록체에는 여러 종류의 색소가 들어 있어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 중 특정 파장을 흡수하고 어떤 파장은 반사하거나 투과시킨다. 엽록소는 주로 붉은 파장을 흡수하고 초록색 연두색 빛을 반사하는 반면 소량 존재하는 카로티노이드는 청록색 파장을 흡수하고 주황색 빛을 반사한다. 봄과 여름에는 엽록소가 많아 잎이 녹색을 띠지만 가을이 돼 기온이 떨어지면 수분 부족으로 엽록소가 먼저 분해되고, 70여종의 카로티노이드가 마지막까지 남아 각양 아름다운 색깔의 단풍잎을 보게 된다.
광합성이란 엽록체의 색소들이 흡수한 광파장을 화학에너지로 전환시켜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부터 지구 생명체에 필요한 식량자원을 합성하는 생합성과정이다.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광합성은 엽록체의 광계에서 태양의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명반응과 그렇게 얻은 에너지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탄수화물을 합성하는 암반응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명반응 과정에서 광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부산물로 산소를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숲이 많은 곳에는 산소분압이 높아 공기가 상쾌해진다. 더불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이를 광합성에 이용하므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분압도 낮아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태양광 패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로, 원리는 금속과 반도체의 접촉면 또는 반도체 간의 접합에 빛을 조사하면 광전효과로 분극과 전위차를 유도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방식이다. 태양광발전은 환경친화적이며, 원자재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성이 높고, 광패널과 함께 전류(DC)를 집진하는 축전지와 이를 교류(AC)전기로 전환시키는 전력변환시설만 갖추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생산기술이다. 더욱이 태양광발전은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현 시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다. 하지만 아직 효율이 낮아 안전성과 기술력이 검증된 국내 원전을 폐쇄하면서까지 당장 태양광으로 바꾸는 정책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총태양광 발전량은 고작해야 원전 1기 발전량 정도에 불과하다.
산업화 이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0.03%(278ppm)였으나, 산업화와 함께 숲을 훼손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급속히 늘어나 현재는 420ppm을 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높아지면 대기층이 복사열을 가두어 지구 전체 온도가 올라가고 이상기온으로 지구 생태계가 손상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 평균기온이 섭씨 1.4도 상승하는 등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심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이산화탄소 증가율이 ‘0’)을 선포하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석연료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효율의 신재생 청정에너지가 대량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국가들은 당분간 화석연료와 산림파괴를 피할 수 없다.
현재 가장 효과적인 청정에너지는 원자력이다. 물론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대안인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이 충분히 고효율에 이를 때까지는 당분간 원전이 이 일을 담당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원전은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단기적 대안으로 보인다. 원전을 피할 경우 어쩌면 온 나라를 태양광 패널이나 고비용 저효율의 풍차로 덮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