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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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걸린 100승, 추가 100승에 9년… 진화하는 ‘K-골프’

韓 LPGA 통산 200승 ‘위업’

고진영, BMW 챔피언십 정상
세계 1위 자리 탈환

구옥희 1988년 첫 승으로 포문
‘세리키즈’ 활약 세계무대 평정
48명 정상에… 19명 메이저 ‘V’
1988년 고(故)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시작된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우승 행진이 24일 고진영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200승 고지에 이르렀다. 왼쪽부터 첫 승의 주인공 구옥희, 50승의 김주미, 100승의 유소연, 150승의 양희영, 200승의 고진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은 1988년에 나왔다. 그해 3월 고(故) 구옥희 전 KLPGA 협회장이 스탠더드 레지스터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달성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골프가 대중화되지 않아 선수층이 두껍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후 10년 뒤인 1998년 박세리(44)가 US여자오픈 등 메이저에서만 2승을 따내며 본격적으로 한국 선수들의 미국 진출 길이 열렸다. 그의 ‘맨발샷’을 지켜본 ‘세리키즈’들이 무럭무럭 자라났고 2012년 유소연(31·메디힐)이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100승을 달성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선수들이 100승을 합작하기까지 무려 24년이나 걸렸는데 200승은 10년도 안 돼 달성했다. 고진영(27·솔레어)이 역사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고진영은 24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최종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기록하는 맹타를 휘둘러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과 연장접전을 펼친 끝에 버디를 낚아 한국선수 통산 2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특히 197승부터 200승까지 내리 4승을 고진영이 혼자 도맡았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200승 달성까지 한국 선수 48명이 힘을 모았고, 그 가운데 29명이 2승 이상을 기록했다. 200승 중 메이저 우승은 19명이 합작한 34승이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이번 주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됐다. 112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키던 고진영은 시즌 초반 부진으로 지난 6월 말 시즌 3승을 달성한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고진영은 또 7월 VOA 클래식, 9월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이달 초 파운더스컵에 이어 시즌 4승 고지에 올라 코르다를 제치고 다승 선두로 나섰다. 이와 함께 LPGA 투어 통산 11승을 쌓아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에 이어 신지애와 함께 다승 공동 4위가 됐다. 고진영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 부문과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에서도 코르다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다만 시즌 상금은 195만6415달러로 코르다(197만4657달러)에 이어 2위이고 평균 타수도 코르다가 1위(69.07타), 고진영이 2위(69.19타)다. 하지만 고진영은 최근 5개 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여서 남은 2개 대회에서 개인타이틀 싹쓸이를 노려볼 만하다. 고진영은 경기 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200승을 한 것은 큰 행운이고 더없이 큰 영광”이라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아 파티하기엔 이르지만 연말에는 큰 파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개인타이틀 싹쓸이를 향한 각오를 밝혔다.

3라운드까지 임희정에 4타나 뒤진 2위였던 고진영은 이날 전반 9개 홀에서 버디 6개를 몰아치며 단숨에 임희정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임희정도 만만치 않았다. 고진영이 12번 홀(파4) 버디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자 임희정은 14∼15번 홀 연속 버디로 응수하며 다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막판에 고진영의 노련미가 빛났다. 그는 17번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잡아 기어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에서 173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0.5 거리에 바짝 붙여 버디를 잡으며 200승 기록 수립을 자축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 투어 직행티켓을 얻을 수 있었던 임희정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보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막판에 고진영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부산=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