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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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는 육지…해법은 ‘부유도시’?

지구 온난화에 몰디브·투발루·나우루·키리바시 등 수몰 위기
물에 뜨는 일명 ‘부유도시’, 저지대 침수 해결법으로 ‘급부상’
해수면보다 낮은 국토 ‘네덜란드’, 부유도시·농장 등 대안책
韓부산시, UN 해비타트와 ‘해상도시 건설’ 협력 적극 추진
전문가 “부유도시보다 ‘해수면 상승’ 차단이 근본적 해결책”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인도양의 국가 몰디브 수도 말레 섬(아래)과 공항 섬.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 등 여러 가지 자연재해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심각한 것은 바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지표면이 낮은 지역이 수몰되고 있는 재난이다. 

 

이 같은 재난에 직면한 곳은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와 태평양의 투발루·나우루·키리바시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가 점점 물에 잠기고 있어 이미 여러 개의 섬들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 국토가 바닷속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난이 다른 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저지대 침수의 위기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지난 30년간 국내 연안의 해수면은 평균 9.36cm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100년에는 해수면이 1.1m 올라 여의도 면적의 172.94배인 501.51㎢의 국토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 연합뉴스

 

하지만 절망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은 물에 뜬 도시인 이른바 ‘부유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4일 영국의 B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는 부유 도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BBC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동쪽 끝 마을을 사례로 들었다. 네덜란드(Nederland)는 이름부터가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의미로 해수면이 가장 낮은 국가다. 국토가 바다보다도 낮은 저지대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바닷물 침습 위협이 심각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동쪽에 있는 수상 부유도시 '에이뷔르흐(Ijburg)'. 트위터 캡쳐화면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동쪽에 위치한 '에이뷔르흐(Ijburg)'라는 이름의 이 마을은 100채가량의 집이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도시다. 주택뿐 아니라 농장도 물에 떠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이 농장은 2012년 뉴욕의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교통과 식량 공급에 큰 타격을 입은 후, 기후 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들려는 목적으로 2019년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로 선착장과 초원을 연결해 만든 이 부유 농장에서는 소 4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생산해 자전거와 전기 자동차로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마을은 말 그대로 물에 뜨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지어져 있는 부유도시다. 물이 차오르면 집은 수면 위로 뜨게 된다. 최대 2m 높이까지 뜰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산시를 비롯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도시가 물에 잠기는 몇몇 지역에서 이에 대비해 ‘해상 도시 건설’을 계획 중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8월 빅터 키숍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인간정주계획) 부사무총장과 화상 면담을 통해 ‘해상도시 프로토타입 연구·건설’에 참여 의지를 밝혔다. 부산이 파트너 도시로 결정되면 유엔 해비타트는 해상도시 건설을 지원하고, 부산시는 해양 공간(약 6000평)과 내륙 임시 건설 현장을 제공하게 됩니다.

 

부산시와 UN 해비타트가 건설을 추진 중인 해상도시 개념도. 부산시 제공

 

이처럼 부유 도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침수라는 기후 위기의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유 도시도 좋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해수면이 더는 상승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후 변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니 이제 기후 비상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서구보다 경각심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해수면 상승 이슈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물건 하나를 소비할 때도 지구의 환경과 기후에 부담을 덜 주는 제품을 사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